[남북 고위급 접촉] 20∼22일 대형마트 라면·생수 매출 되레 줄어… 남북 긴장에도 ‘사재기’ 없었다

입력 2015-08-24 02:15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됐지만 라면과 생수 등 주요 생필품 매출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연천 지역 포격으로 남북 간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생필품 사재기’와 같은 국민적 동요는 없었다는 의미다.

이마트는 북한의 포격이 있었던 20일부터 22일까지 라면, 즉석밥 등 생필품 매출이 전주에 비해 모두 감소했다고 23일 밝혔다. 라면 매출이 8.4% 감소한 것을 비롯해 즉석밥(-14.2%), 통조림(-4.6%), 생수(-9.7%), 휴대용 가스(-28.2%), 담요(-22.4%) 등 매출이 모두 줄었다. 2주 전과 비교했을 때도 담요를 제외한 모든 생필품의 매출이 감소세를 나타냈다. 롯데마트 역시 20∼22일 생수(-4.2%), 라면(-0.5%) 매출이 전주에 비해 감소했다.

대형마트의 주요 생필품 매출 감소는 예년과 비슷한 흐름이다. 대형마트 매출은 야외 활동이 많은 여름 휴가철에 정점을 찍은 이후 추석 연휴로 인한 매출이 늘어나기 전까지 감소세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20일 이후 예년과 다른 흐름을 보이는 상품은 없었다”고 밝혔다.

북한과의 긴장 고조로 인한 생필품 사재기는 1994년 최고조에 달했다. 그해 3월 19일 남북 특사 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북한 대표인 박영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국장이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다. 전쟁이 나면 불바다가 되고 만다”고 위협한 장면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자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다.

이어 같은 해 6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공식 탈퇴하면서 방독면, 쌀, 라면, 양초, 배터리 등 일부 생필품이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사재기가 극심했다.

하지만 99년 남북한 함정 간 충돌이 일어났던 제1연평해전 당시에는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전면전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사태가 악화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생겼고, 시민 의식도 성숙해졌기 때문이다.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과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 당시에도 사재기 분위기는 없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