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중독은 뇌질환이다

입력 2015-08-25 02:46
김대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중독이란 그것을 하지 않으면 심리적·신체적으로 금단 현상이 나타나는 집착과 의존증이 심한 상태를 말한다.

중독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싶다면 먼저 뇌의 특수 중추신경계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독은 1953년 캐나다의 신경과학자가 우연히 발견한 ‘보상회로’의 이상으로 발생한다.

보상회로는 뇌 속에 있는 ‘복측피개’ 영역(VTA)과 전두엽의 내측 전(前)전두엽 등으로 이루어진 신경망을 가리킨다. 일명 쾌락중추로 불린다. 마약이나 알코올 등이 이 부위를 자극하면 도파민 호르몬이 흘러나와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자극이 반복되면 도파민 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생성되고, 우리의 뇌는 점점 둔감해지면서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는 역기능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쾌락중추가 고장이 나게 되고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자극을 계속 찾는 통제 불능의 중독 상태에 이른다. 뇌 전두엽의 회백질 부피가 줄어드는 등 뇌 손상도 일어난다.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과정도 똑 같다. 도박이나 인터넷 게임 중독도 마찬가지다. 중독 문제를 단순히 의지박약의 문제로만 봐선 안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예일대학교 마크 포텐자(Marc Potenza) 교수에 따르면 도박 중독자의 뇌는 의사결정과 판단과정에서 충동적 성향을 보이는 등 마약 중독자의 뇌와 유사한 반응을 보인다. 도박행위중독 역시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 뇌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이란 지적이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마약이나 알코올중독 못지않게 도박과 인터넷 과다 사용 문제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뇌 과학을 바탕으로 중독 문제를 집중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데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할 때다. ‘중독예방 국제석학 포럼’과 같이 각국의 중독 전문가들을 국내로 불러들여 중독이슈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좋을지에 대해 의견을 듣는 자리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처럼 중독에 관대한 나라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중독은 ‘과도한 습관’의 문제로 나타나는 이상 행동이 아니다. 우리 모두 중독이 뇌기능의 이상에서 시작되는 뇌질환이란 사실을 똑바로 인식하고, 예방 및 치료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김대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