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선 3사 노조, 회사는 위태로운데 파업이라니

입력 2015-08-24 00:30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의 노동조합이 다음 달 9일 공동파업을 벌이기로 결의한 것은 어느 면에서 봐도 무리수다. 조선 3사는 지난 2분기에만 5조원 가까운 적자를 내며 심각한 경영위기에 몰려 있다. 노사가 똘똘 뭉쳐 구조조정 노력을 기울여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형편이다. 노조 내부에서조차 조선업계 초유의 동반파업 결의에 대해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은 것을 봐도 노조 지도부가 제 본분을 내팽개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조는 조선사 대부분이 올해 임금교섭에서 동결 의사를 밝히자 동반파업 카드를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위기는 경영진이 초래했는데 왜 노조에만 희생을 강요하느냐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대중공업 노조가 26일로 예정된 부분파업 참가자에게 기본급의 70%에 해당하는 재래시장 상품권을 임금보전 수단으로 지급하겠다고 결정하자 노조 게시판에 비판의 글이 쏟아졌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부끄럽지 않은가? (집행부에) 얼마나 신뢰가 없으면…’ ‘조합비로 보전해 준다고? 민주노조가 이런 것인가?’ 등의 반응은 노조 지도부가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그들만의 세계’에 갇혀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는 한때 중화학공업 전체를 통틀어 모범적인 것으로 유명했다. 이런 회사의 노조가 임금, 직무환경수당, 고정성과급 등을 합쳐 월 25만원을 더 달라며 2년 연속 파업으로 적자에 시달리는 회사를 윽박지르고 있다. 영업 실적이 나쁘지 않은 다른 업종 대기업들에서도 이만큼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경영자이건 근로자이건 회사 구성원은 회사와 공동운명체다. 조선 3사 노조는 경영위기에 공동책임을 지고 고통분담을 통해 회사부터 살리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