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진애]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가

입력 2015-08-24 00:20

‘전쟁은 무섭다. 누구나 피하려 든다. 전쟁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이 전제에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것 같은가? 꼭 그렇지는 않다. 전쟁으로 이득을 보는 자들은 꼭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누가 전쟁으로 이득을 보는가? 쉽게 떠오르는 건 군사 관련 산업체들이다. 전쟁이 없다면 장사할 수 없으니 어디선가 전쟁을 일으키려 든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쉬운 먹잇감이다.

현재 정치권력은 전쟁 또는 전쟁 가능성을 통해 권력을 연장·강화하려 든다. 9·11테러 이후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던 부시 정권이 전형적인 예이다. 부시가 주장했던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더러 석유 패권다툼이 전쟁 동기였다는 의문 가득한 전쟁이었다. 부시는 테러 공포를 타고 재선에 성공했고 편협한 ‘애국주의법’까지 만들었다.

기득권자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전쟁 자체를 덜 두려워한다.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당장 자신과 가족들은 피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온갖 방법으로 입대를 기피하는 수많은 기득권층들의 자녀를 보라. 군대 내에서도 지휘부에 속하는 군 관료주의자들은 생명의 위험을 받는 최전선에 갈 이유가 없다. 권력층들은 벙커로 들어간다. 여차하면 외국으로 튀겠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가. 인명이 얼마나 희생될지 모르고 가족과 집과 생활 터전과 재산을 잃는 국민들이 속출하고 경제는 완전 마비되고 게다가 작금의 상황에서 외국 자본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국제 경쟁력은 금방 뒤떨어져서 영영 재기하지 못할지 모른다.

그런데도 전쟁을 피하지 말자고 핏대를 세우는 자들이 있다. 그들이 전쟁 시에 최전선의 당사자가 될 사람들인지, 자신과 가족의 목숨과 재산을 담보로 하는 사람인지 눈에 불을 켜고 보라. 지난 며칠 사이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퍼졌다. 국민들과 달리 정부는 불안을 내버려두는 게 아닐까라는 점이 불안하다. 지금 이 시대에 전쟁 또는 전쟁 공포를 통해 이득을 보려는 자는 누구인가.

김진애(도시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