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숙 대표-최태지 前 국립발레단장, 성남아트센터 ‘앙트레 콘서트’ 의기투합

입력 2015-08-24 02:41
정은숙(오른쪽) 성남아트센터 대표와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 단장이 지난 21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예술 교육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국립오페라단과 국립발레단 주역을 거쳐 단장까지 역임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성남아트센터 제공

지난해 12월 정은숙(69) 대표 취임 이후 성남아트센터 프로그램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강화된 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음악 재능을 키워주는 ‘뮤직 알프스 인 성남’이 올 여름 큰 주목을 받았다. 하반기에 예정된 일반인 대상 공연예술 입문 시리즈 ‘앙트레 콘서트’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앙트레(entree)’는 시작 또는 개시라는 의미를 가진 프랑스어다. 앙트레 콘서트는 9월 발레, 10월 실내악, 11월에는 오페라를 주제로 잡았다. 발레의 경우 최태지(56) 전 국립발레단장이 맡아 다음 달 12일 ‘발레리나&발레리노’라는 타이틀로 토크 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21일 성남아트센터에서 만난 정 대표와 최 전 단장은 서로의 손을 꼭 잡으며 무척 반가워했다. 두 사람은 각각 국립오페라단과 국립발레단의 주역으로 활약한 뒤 단장(예술감독)을 맡아 뛰어난 경영능력을 보여줬다. 이를 바탕으로 ‘장기집권’한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도 가까운 사이다. 2002∼2008년 국립오페라단 단장을 역임한 정 대표와 1996∼2001년, 2008∼2013년 두 차례 국립발레단 수장을 지낸 최 전 단장은 국립예술단체 활성화에 뜻을 모은 동지이기도 하다.

“앙트레 콘서트를 기획하면서 최 전 단장을 바로 떠올렸죠. 발레 장르에서 그만큼 적임자가 없으니까요. 최 전 단장은 1990년대 해설 발레 열풍을 일으켜 발레 대중화를 이끈 주역이잖아요. 이번에도 발레 토크 콘서트가 열풍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던데요.”(정 대표)

한국 발레의 르네상스를 이끈 최 전 단장은 임기를 마친 뒤 1년간 공식 석상에 나오지 않다가 올 상반기 의정부예술의전당의 발레 토크 콘서트 시리즈 진행자로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발레 토크 콘서트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이원국과 김주원을 게스트로 초청해 무용수가 무대를 준비하는 모습 등을 관객들에게 알기 쉽게 보여주며 화제를 모았다.

“정 대표님은 언니이자 멘토같은 분이예요. 그래서 제안을 받자마자 무조건 오케이 했습니다. 게다가 앙트레 콘서트를 비롯해 최근 성남아트센터 프로그램이 지역 주민과 아이들의 예술교육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도 제 생각과 비슷해서 좋았습니다.”(최 전 단장)

국립예술단체를 경영해온 본 두 사람 모두 예술교육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예술을 생활 속에서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문화는 예술교육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아티스트를 육성하고,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더라도 예술을 보러오는 관객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단장 시절 절감했다.

“예술의 미래는 예술교육에 있어요. 1년간 지역주민들을 종종 만나러 다녔는데, 아직도 성남아트센터의 존재조차 모르는 분이 있더라고요. 마음이 아프면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남아트센터가 늘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려면 우선 예술을 보다 친근하게 느끼고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정 대표)

“발레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 비하면 팬들이 많이 늘었지만 아직도 발레를 접하지 않은 분들이 많아요. 이번 앙트레 콘서트엔 아이들이 많이 와서 봤으면 좋겠어요. 자연스럽게 발레를 좋아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어요. 이 아이들이 성장하면 우리나라의 발레 팬들도 자연스럽게 늘지 않겠어요?”(최 전 단장)

2006년 둘은 호스트와 게스트의 입장이 바뀌어 만난 적이 있다. 최 전 단장이 정동극장장 시절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계 인사를 초청, 그들의 삶과 예술 이야기를 콘서트 형식으로 들어보는 ‘최태지의 정동데이트’ 시리즈를 선보일 때 당시 국립오페라단장이었던 정 대표를 초대했었다.

“달변이 아니어서 아직도 마이크를 잡으면 떨립니다. 그래도 상반기에 몇 번 무대에 서다 보니 차츰 긴장감도 줄고 가슴 속 깊은 얘기를 전할 수 있었어요. 특히 이원국과 김주원 등 예전에 함께 했던 무용수들과 다시 호흡을 맞추다 보니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네요.”(최 전 단장)

“(재일교포인) 최 전 단장 억양이 완벽하지 않지만 누구보다 설득력이 있어요. 왜냐하면 수십 년간 발레에 헌신한 최 전 단장의 진심과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으니까요.”(정 대표)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