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북한군 전방지역에 ‘준(準)전시상태’를 선포했다. 북한군은 지상 화력을 최전방으로 속속 이동하며 추가 도발에 나설 태세에 돌입했다.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로 격화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선 군 사령부를 전격 방문해 “북한의 어떤 추가 도발에도 철저하고 단호하게 대응하라”며 “우리 장병과 국민 안전을 위해하는 북한의 그 어떤 도발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우리 군은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이후 처음으로 한·미 연합작전 체제를 가동하며 ‘강력 응징’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 제1비서는 포격 도발이 행해진 전날 밤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 전선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군인들에 완전무장을 명령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21일 보도했다. 김 제1비서는 전날 오후 5시부터 48시간(22일 오후 5시) 안으로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고 모든 심리전 수단을 전면 철거하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북한군 총참모부의 ‘최후통첩’도 승인했다.
북한 외무성도 성명을 내고 “우리 인민이 선택한 제도를 목숨으로 지키기 위해 전면전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외무성은 남북한에 자제를 요청한 중국을 겨냥해서도 “지금에 와서 그 누구의 그 어떤 자제 타령도 더는 정세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없게 됐다”고도 했다.
스커드·노동 미사일을 탑재한 북한군 이동식 차량이 발사 태세에 돌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정부 소식통은 “원산 인근에서 스커드미사일을, 평북 지역에서 노동미사일을 각각 발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후방의 240㎜ 방사포와 170㎜ 자주포 등 북한군 지상화력이 군사분계선(MDL) 인근 최전방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우리 측은 단호한 응징에 나설 태세를 구축했다. 박 대통령은 예정됐던 지방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서부전선을 지휘하는 3군사령부를 방문해 북한 도발에 대한 엄정한 대응을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에도 ‘선조치 후보고’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정신에서 승리해야 실전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한·미 양국 군은 2013년 서명한 ‘공동국지도발계획’을 가동했다. 북한의 군사 도발을 가정해 우리 군에 미군 전력이 가세해 북한군을 초기에 제압하는 이 작전 개념이 실전에 적용된 것은 처음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만약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온다면, 이미 경고한 대로 가차 없이 단호하게 응징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승주 국방부 차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우리가 요구한 정치·군사적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이상 대북 확성기 방송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남혁상 강준구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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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22 0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