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20일 포격도발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현장 상황을 세밀하게 파악한 다음 교전으로 확대하지 않는 선에서 비교적 적절하게 대응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지만, 일각에선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군이 “북한 도발 시 원점은 물론 지원세력과 배후세력까지 타격하겠다”고 큰소리를 쳐놓고 정작 실전 상황에선 도발원점을 파악하지 못해 인근 지역 소규모 타격에 그쳤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군은 21일 “첫 번째 고사포 도발에 즉각 대응하지 못한 것은 탐지레이더에 딱 한 발만 포착돼 실제 발사한 것인지 허상인지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당초 군은 122㎜ 방사포로 쏜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는 14.5㎜ 고사포였다. 포탄이 작아 낙하추정 지점에 탄흔분석관이 나갔지만 낙탄을 찾을 수 없었다. 북한이 발사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찾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북한은 2차 도발을 했다. 76.2㎜ 평곡사포 3발을 발사한 것이다. 감시 장비에 포연이 잡혔고 장병들이 소리도 들었다. 포탄발수는 전방지역에 배치된 땅울림을 포착하는 음향장비를 통해 파악됐다. 그제야 북한 도발로 규정할 수 있었다. 그때가 오후 4시40분쯤이었고, 현장지휘관은 4분 뒤 사격준비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주민들을 대피시켜야 했다. 오후 4시52분 주민대피령을 내리고 나서 오후 5시4분 대응사격을 했다.
도발원점을 타격해야 하지만 우리 측 피해는 없었다. 합참은 “이럴 땐 교전규칙에 따라 ‘상응표적’을 타격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상응표적’으로 DMZ 북쪽지역 평지를 겨냥했다.
북한은 이번 도발도 시간차 공격을 해 우리 군 대응사격을 교묘하게 지연시켰다. 군사전문가들은 “우리 군이 또 한 차례 허점이 찔렸다”고 평가했다.
군은 ‘북한의 도발 원점을 타격하겠다’고 호언했지만 이번에도 도발 원점을 파악하지 못했고 주변부만, 그것도 뒤늦게 타격하는 ‘뒷북 대응’을 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첫 번째 도발 시 즉각 군사분계선(MDL) 인근까지 대응사격에 나섰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응타격이 아니라 연기가 날아온 도발 추정 원점을 겨냥해 타격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동부전선인 강원도 양구 지역에서 우리 군의 구형 대포병 레이더가 이상궤적을 포착하자 남북 간 긴장이 더 고조되기도 했다. 북한이 추가 포격에 나섰을 가능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군 당국 분석결과 레이더의 기계적 오류로 인한 허상으로 확인됐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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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22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