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IT를 결합한 ‘핀테크’ 산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돈을 주고받는 ‘P2P(Peer to Peer) 금융’이 몸집을 불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이미 P2P 금융을 통한 대출이 대중적인 금융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까다로운 규제와 ‘대부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아직 걸음마 상태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21일 중국의 P2P 대출업체 뎬룽(点融)이 영국계 금융기업 스탠다드차타드 등으로부터 2억700만 달러(약 247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P2P 금융 스타트업인 ‘소파이(SoFi)’ 역시 19일(현지시간) 투자사들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뎬룽과 소파이 등은 P2P 금융을 통한 대출 서비스를 하는 온라인 금융사다. P2P 금융이란 대출 희망자와 투자자를 직접 연결해주면 대출금과 이율 등을 조절한 뒤 거래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을 말한다.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난 저신용자들은 고리대부업체보다 낮은 금리에 대출받을 수 있고, 투자자들은 저금리 시대에 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자금을 관리할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2005년부터 P2P 금융을 통한 대출이 생겨났고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급성장했다. 미국 시중 은행들이 수익성이 낮은 학자금 대출 등을 중단하면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생겨나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P2P 금융사들이 기존 금융권 신용평가 시스템 대신 소셜미디어 빅데이터와 거래 정보 등을 분석해 대출 여부를 결정해준다.
중국 역시 P2P 금융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중국의 경우 올해 상반기 P2P를 통한 대출 규모가 3006억1900만 위안(약 55조원)으로 지난해(2528억 위안) 연간 규모를 넘어섰다. 올해 중국 P2P 대출 규모가 8000억 위안(약 145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8퍼센트’와 ‘렌딧’ 등 9개 P2P 금융사가 서비스 중이다. P2P 금융사를 통해 대출받았을 경우 제1·2 금융권과 정보가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20, 3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소액대출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관련법이 없어 P2P 금융이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출업체와 개인투자자는 대부중개업 및 대부업자로 등록해야 하는데, P2P 대출 투자로 얻은 이익의 경우 은행 이자소득세(15.4%)보다 높은 수준인 27.5%를 적용받기 때문에 투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무자가 대출금 상환을 거부하더라도 투자자가 직접 돈을 받아낼 수 없어 원금 손실의 우려가 있고, 채무자를 특별히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는 것도 문제다. 연체자는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것으로 간주돼 신용도가 떨어질 뿐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기획] 美·中 ‘P2P 금융’ 쑥쑥 크는데… 국내선 규제 막혀 걸음마
입력 2015-08-22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