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스 치프라스(사진) 그리스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 위해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조기 총선에서 자신에게 승리를 안겨줘 더 큰 권한을 갖고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인 것이다. 유럽연합(EU)을 상대로 ‘벼랑 끝 전술’을 펼쳤던 그가 국민을 상대로 다시 도박에 나선 것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치프라스 총리는 국영방송 ERT를 통한 연설에서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이 승인된 만큼 10월부터 진행될 국제채권단과의 채무재조정 협상을 이끌려면 조기 총선에서의 강력한 지지를 통한 권한 부여가 필요하다”면서 사의를 표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가 그리스에 3년 동안 860억 유로(112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3차 구제금융안을 최종 승인해 첫 분할금이 지급되자마자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그리스는 첫 분할금을 받아 상환기일에 맞춰 유럽중앙은행(ECB)에 34억 유로(4조5000억원)를 갚고 파산을 면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가을쯤 사퇴가 예상됐지만 생각보다 빨리 사퇴 카드를 던졌다. 아직 자신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을 때 승부를 내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조기 총선은 다음달 20일 실시될 예정이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대표인 치프라스는 지난 1월 25일 총선 승리로 집권해 왔으나 최근 3차 구제금융 협상안이 확정되자 당내 강경파가 ‘굴욕적인 양보’라며 반발해 왔다. 시리자 의원 149명 중 43명이 협상안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따라서 치프라스 총리는 연정 소수당인 독립그리스인당(ANEL) 의원 13명과 시리자 내 친(親)치프라스계 의원 106명을 더해도 과반의석(전체 300석)에 훨씬 못 미치자 조기 총선을 통해 의회 내 지지기반을 다시 과반으로 만들 필요성이 있었다. 당내 강경파인 좌파연대는 탈당해 총선을 치를 예정이어서 얼마 전까지 동지였던 치프라스와 적(敵)으로 승부를 겨루게 됐다.
현재 시리자의 지지율이 40%대로 2위인 신민주당보다 20% 포인트 앞서 있고, 총리에 대한 국민 지지율도 61%에 달해 결국 치프라스 총리가 재집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내달 20일 조기총선” 사퇴 승부수 치프라스
입력 2015-08-22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