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산딥 굽타] 네팔 대지진 참상 잊지 말길

입력 2015-08-22 00:20

지난 4월 25일, 지진이 네팔을 삼켰다. 내 생애 처음 경험한 지진이었다. 지진이 발생한 직후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먹통이 된 휴대전화를 붙잡고 가족들의 이름을 목이 터져라 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옥이었다. 네팔 국민 모두 그랬다. 잊고픈 그날을 떠올리면 거리에 가득했던 울음소리가 귀에 맴돈다.

나는 네팔인으로서 국제 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에서 일하고 있다. 지진이 발생한 바로 다음날 가족의 안부만 확인하고 사무실로 향했다. 나뿐 아니라 동료 모두가 그렇게 한자리에 모였다. 인도주의 단체에서 일하기에 지진으로 신음하는 주민들을 돕는 길을 택했다.

굿네이버스는 구호단체 최초로 네팔 지진 진앙지인 고르카 지역에 들어가 구호물품을 분배했다. 해발 2000m 산간지역 고르카는 지진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곳으로 도로 대부분이 유실돼 지금도 주민들의 이동이 원활하지 않다. 우리 단체는 고르카를 중심으로 교육 및 보건, 식수위생, 주거 등 다양한 분야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지진 직후부터 시작된 이 사업들은 피해 지역을 복구하고 재건하기까지 이르렀다.

들어가는 것도, 나오는 것도 쉽지 않은 고르카를 중심으로 구호활동을 성공적으로 펼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지역에서 이전부터 오랜 기간 구호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추후에도 이 지역 주민들과 오래 함께할 것이기 때문이다.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이미 구축된 인프라와 경험으로 구호활동을 펼쳤을 뿐 아니라 이후 장기 재건 사업을 진행하며 주민들과 함께하겠다는 약속은 정부와 주민들의 신뢰까지 얻게 했다. 지진 발생 후 고르카에서 한 달 정도 구호활동을 하다 돌아가는 단체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여전히 이곳 주민들에게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네팔은 지금 우기에 접어들었다. 지진 이후 약해진 지반은 비가 오자 비스킷처럼 부서지기 일쑤다. 비가 거세게 내리거나 여진이 오면 크고 작은 산사태가 일어난다. 주민들은 작은 여진에도 화들짝 놀라 한밤중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공터로 뛰쳐나온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무너진 집을 세우지 못했거나 건물이 두려워 임시 텐트촌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그곳에선 인간의 존엄성을 누리기 어렵다. 또한 최소한의 자산조차 없는 그들은 사회생활, 경제생활도 할 수 없어 빈곤의 늪을 헤쳐 나오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지진 복구는 장기전이 될 것이다. 우기 이후엔 무서운 식량난이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굿네이버스는 식량난을 예방하기 위해 씨앗종자 배분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피해 주민들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공공시설 건축 일자리를 창출했다. 아울러 피해 주민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안전가옥 건축을 계획하고 있다. 이후에도 이들과 아픔을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

지진 후 4개월이 지났다. 세계는 지금 네팔 대지진을 기억하고 있을까. 한국 국적의 NGO에서 일하면서 네팔을 향한 한국인들의 따뜻한 마음을 몸소 느꼈다. 그 관심과 도움이 네팔에 큰 희망을 주었다. 끝나지 않은 절망 속의 네팔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이들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한국인들의 더 많은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

산딥 굽타(굿네이버스 네팔지부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