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여성CEO 열전-(2부) ⑥ 가방 브랜드 ‘타마’ 이수정 대표] ‘기도하는 사장’ 되고부터 술술 풀렸다

입력 2015-08-24 00:21
타마 대표 이수정 집사는 “해골을 디자인한 제품으로도 돈을 버는 세상”이라며 “요즘 나의 고민은 다윗의 열쇠, 희락의 영, 하나님의 시간, 삼위일체 등 하나님을 내세운 장식물을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사장님은 앞으로 회사에 출근하지 마세요.”

국내 디자이너 가방 브랜드 ‘타마(THAVMA)’의 이수정(46) 대표가 올 초 직원들로부터 들은 말이다. 대표더러 출근을 하지 말라니, 이 얼마나 황당한 소리인가.

“타마 설립 때부터 함께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저에 대해 잘 아는 친구들입니다. 일하는 게 바빠 곧 유학을 떠나는 딸에게 한번도 좋은 엄마 역할을 못했고 교회 일도 제대로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저한테 부탁한 겁니다. ‘사장님은 기도만 해주세요’라고요.”

회사 대신 그가 섬기는 서울 서초구 더크로스처치(박호종 목사)로 ‘출근’한 지 6개월째. 이 대표는 “직원들 덕분에 회사 시스템을 바꿨다”며 “회사 대표인 나의 주 업무는 기도가 됐고 딸에게도 좋은 엄마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대표가 오히려 ‘기도 사장’이 되고부터 모든 게 술술 풀렸다. “사람들 만나 돈 쓰지 않아도 매출이 오르더라고요. 메르스 때문에 온 나라가 힘들 때에도 타마는 6월 마지막 날 결산에서 전월과 비교해 1원도 떨어지지 않았으니까요. 이미 지난해 매출액을 달성하고도 남았습니다.”

새삼 중보기도의 힘을 느꼈다. “교회 예배팀들이 그랬대요. ‘타마 사장이 며칠 나오다 말겠지’라고요. 교회 기도실로 출근하면서 목사님께 출근부 사인도 받았어요. 기도하고 찬양하고 기도하고 찬양하고…. 한 달쯤 지나니 제가 타마뿐 아니라 직원들, 나라와 민족, 북한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저를 예배팀들이 매일 보니 어떻게 타마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게 기도의 힘입니다.”

이 대표는 모태신앙인이지만 전적으로 하나님을 만난 건 10여년밖에 안됐다. “아버지가 전 재산을 털어 해외에 교회를 세우고 국내 미자립교회를 돕는 게 너무 싫었습니다. 교회 일이라면 무조건 헌신하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아버지가 교회를 세울 때마다 저는 상처를 받았습니다. 교회에 상당히 냉소적이었지요.”

이 대표는 부친과 달리 멋 내는 것을 좋아하고 명품을 즐기며 화려한 삶을 좇았다. 대학 졸업 뒤 MBC 예능국 작가로 입사한 그는 옷을 잘 입고 다닌 덕에 여자 연예인들의 의상을 담당했다. 이를 계기로 ‘플럼스타일그룹’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방송연예 사업에 뛰어들었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인연’ ‘비천무’ 등을 비롯해 뮤직비디오, CF에서 의상 디렉터로 활동했다.

2001년에는 청담동에 일식 퓨전 레스토랑 ‘무비(MUVI)’를 오픈했다. 성공적으로 운영되면서 레스토랑 컨설팅까지 하게 됐다. “요리도 못하는 제가 레스토랑 컨설팅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운이 좋았던 거죠. 그런데 사업이 잘 되면서 저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입에 담기도 싫은 말들이 부풀려져 나돌더라고요. 게다가 아는 분한테 사기까지 당하고…. 정말 살기 싫었습니다.”

그때가 2004년. 평소와 다른 이 대표의 모습을 보고 한 지인이 이런 말을 꺼냈다. “수정씨, 하나님 알아요?” 순간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날부터 지인을 따라 매일 새벽예배에 다녔다. 1년간 저녁 금식을 하며 기도했다. 수요·금요철야·구역·주일예배 등 2년 동안 거의 교회에서 예배만 드리고 살았다. “2005년 레스토랑을 정리한 뒤에는 아예 전도만 하고 다녔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끊임없이 일거리를 주시더라고요. 주얼리 의류 구두 등을 잇따라 론칭하며 재기에 성공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어린 딸이 물었다. “엄마는 왜 자꾸 직업을 바꿔요?” 브랜드 컨설턴트였던 그의 명함은 2년마다 바뀌었다. “한 가지를 진득하니 못 하는 엄마로 보이는 것 같아 딸한테 좀 창피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으로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게 가방이었지요. 이태리제 명품 가죽을 들여와 직접 가방을 만들었는데, 어떤 여성분이 마음에 든다며 사고 싶다는 겁니다. 그게 바로 타마의 시작입니다.”

2010년 이 대표는 ‘1인 기업’으로 타마를 창업했다. 사무실도 없었다. 집에 전화와 팩스를 설치하고 주문제작 방식으로 사업체를 꾸렸다. “타마는 그리스어로 ‘기적’이라는 뜻입니다. 제 일 자체가 기적이었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고현정씨가 타마 백을 들고 드라마에 출연했습니다. 유호정씨는 학부형 모임에 저희 백을 들고 갔다가 직접 주문까지 받아줬고요. 이게 기적이 아니고 뭘까요. 저는 타마 백을 드신 모든 분들이 천사라고 생각합니다.”

타마는 강남구 본사와 쇼룸 매장을 비롯해 종로구 삼청 직영점, 신세계 강남점·센텀시티점 등으로 매장을 넓혔다. 요즘엔 온라인 쇼핑몰 판매도 활기를 띄고 있다. 9월에 싱가포르 지점을 오픈하고 중국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제가 일을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사역에만 온전히 헌신할 수 있도록 많은 예배자를 후원하고 싶습니다. 저는 예배자를 후원하고, 예배자는 후원받는 그 기업을 위해 기도하고요. 70명의 예배자를 후원하는 게 목표입니다.”

현재 네 명의 예배자를 후원하고 있는 이 대표는 올해 안에 열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는 “예배자, 중보자를 세우는 데 타마가 쓰임받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약력 △1969년 서울 출생 △92년 MBC 방송작가 △93년 플럼스타일그룹 대표 △98∼2001년 영화 CF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 의상감독 △2001년 조이컨설팅 대표(레스토랑 구두 주얼리 등 론칭) △2010년 타마 핸드백 브랜드 론칭 △현 타마 대표, 더크로스처치 집사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