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하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논하자는 게 아니다. 지난 월요일 밤에 필자가 꾼 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앞부분은 희미하고 중간에 우리 가족이 허락 없이 남의 차를 탔다. 보니 수동 기어의 차량이다. 그런데 블랙박스가 있다. 우리가 이 차를 몰래 탔다는 것이 발각될 것이라는 생각에 블랙박스를 제거하기로 한다. 그러면서 점점 은폐해야 할 잘못이 늘어나고 또 그것을 막느라 무모한 시도를 하려고 한다. 그러다가 잠깐 잠을 깬 것 같은데 그때 참 이상한 꿈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는 다시 잠에 든 것 같은데 중도에 갑자기 내가 왜 잘못을 키워서 고생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그냥 차 주인에게 우리가 허락 없이 이 차를 탔다고 솔직하게 말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러다가 결국 잠에서 깼다.
성경에서는 하나님 혹은 주의 사자가 꿈속에서 우리에게 말씀을 해주시기도 하지만 실제 그런 경험은 거의 없다. 성경에서는 꿈에서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음성을 들려주시는 부분이 숱하게 나오지만 실제로 누가 그렇게 들었다고 말하면 그것은 자기의 상상을 신앙적으로 포장한 것이거나 아니면 정신적인 문제가 생겨서 헛소리 혹은 환청을 들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
성경에서 “자기를 부인하고”(마 16:24)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확대 해석한다면, 우리가 꿈이나 다소간의 신비 경험에서 하나님이나 주의 사자가 우리에게 어떤 구체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거나 음성을 들려준 경우 그것이 100% 외부에서 지각된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 자신의 욕구와 마음 기저의 어떤 것이 반영된 것이라는 것을 냉정히 인정하고 그 부분을 조심스럽게 제외시키는 것이 “자기를 부인하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꿈 전문가에 따라 꿈을 해석하는 방법이 서로 다른데,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꿈의 의미를 파악하기 전에 꿈의 구성요소를 따져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꿈의 재료들은 전날 경험 혹은 생각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유연상을 활용하여 꿈 재료의 원 출처를 찾아본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등장한 것은 전날 내가 운전한 어떤 부분을 반영한다. 요즘 차 안에서 냄새가 심해 약간 골치를 썩고 있다. 수동 기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지금 시대에 별로 맞지 않는 것”이라는 의미가 떠오른다. 그러한 자유연상을 따라가 보니 지금의 자동 시대에서 복고적으로 흘러가는 여러 가지를 고려하게 되고 전날 아침 지금 쓰는 전동 커피 원두 분쇄기대신 손으로 돌리는 수동 분쇄기를 하나 사볼까 생각했던 것이 떠오른다. 무언가 새로운 일이 벌어지는 것과 연결되는 가장 중요한 배경 하나는 현재 일하는 간호사가 그만 두게 돼서 새로운 간호사를 모집하고 있었던 점이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약 1:15)가 나의 꿈과 가장 연결되기 쉬운 말씀일 것이다. 꿈은 부정적인 어떤 작은 것이 점점 커져 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신기한 것은 꿈에서 그것을 스스로 접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순수한 꿈의 기억이 아니라 어렴풋이 잠이 깬 상태에서 의식적으로 도덕이나 신앙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현명한 방향으로 전환한 꿈이어서 꽤나 스스로를 기특하게 여겼던 한여름 밤의 개꿈이었다. 이 여름에 많이들 잠을 설치셨을 텐데 곧 서늘한 밤이 올 것이다. 필자도 새로운 간호사를 선발했으니 곧 걱정이 안심으로 바뀔 것이다.
최의헌<연세로뎀정신과의원>
[최의헌의 성서 청진기] 한여름밤의 꿈
입력 2015-08-22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