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박강월] 케냐 발 통신(1)

입력 2015-08-22 00:21
언니! 잘 지내지? 한동안 편지를 못 보냈어. 언니, 나는 오늘 가슴이 아파. 우리 하나님께서도 너무 가슴이 아프실 것 같아. 기독교인 80%를 자랑하는 이 나라는 썩을 대로 썩어서 만일,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물으셨던 소돔 성 멸망에 대한 질문을 내게도 하신다면 나는 반드시 의인 50명에 들겠다는 생각을 간절히 해.

하루는 어떤 공무원이 아침부터 술에 잔뜩 취해 나를 찾아와서는 “네가 우리 마을에 학교를 지어준다니 내가 정부 일을 좀 아는데, 돈을 주면 너를 도와줄 게”하기에 “불법으로 짓는 것이 아니니 돈을 줘야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어. 잔뜩 부은 얼굴로 돌아가는 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문득 해코지를 당할 지도 모른다는 섬뜩함이 들었어.

선교사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함을 당하는 건 이제 나의 일상이야. 거리에는 버려진 많은 아이들이 넝마 같은 옷을 입고 맨발에 본드를 입에 물고 구걸하는데 아무도 그 아이들을 봐주는 사람이 없어. 그런데도 교회에는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서 손뼉 치며 노래하고, 목사들은 큰 소리로 설교하지만 그저 저들 자신을 위해서지 그 누구 하나 이 아이들을 도와주지는 않아. 나는 아무 힘도 없고 한편으로는 이 아이들이 무섭기도 하고, 부패한 이 나라 백성 중에조차 끼지 못하는 이방인인 것이 너무나 가슴이 아파. 언젠가는 술 취한 버스운전사에게 “음주운전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를 하니까 같이 타고 있던 승객들이 “여긴 케냐다”하며 오히려 내게 달려든 적이 있어. 그때 난 알았어.

하나님께 빚진 게 너무 많아 하늘나라에 가서 주님 뵈올 때 조금이라도 덜 죄송하려고 순종의 길을 가지만,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 딸이었나를 까마득히 잊고 이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자신을 보며 하나님은 나의 어이없음을 얼마나 오래 참으셨을지 생각해. 그리고 주의 사랑을 전하는 일도 주님의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고백하게 돼.

박강월(수필가, 주부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