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천 포격 도발] 4개 시·군 주민 2000여명 긴급 대피 ‘공포 속 밤샘’

입력 2015-08-21 03:30
북한군이 서부전선 남쪽 경기도 연천군 남면 지역으로 고사포를 발사하고 우리 군이 대응 사격을 한 20일 오후 연천군 면사무소 인근 대피소에 주민들이 생필품을 준비한 채 대피해 있다. 연합뉴스

북한군의 서부전선 포격으로 20일 오후 접경지역인 경기도 연천·파주·김포와 인천 강화지역 주민 약 2000명에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중부전선과 동부전선의 안보 관광지 운영도 전면 중단됐다. 휴전선 일대 주민들은 전쟁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경기도 연천군 중면·신서면, 김포, 인천 강화군 주민들은 이날 오후 4∼5시 군의 대피명령에 따라 각 대피시설로 서둘러 움직였다. 파주 민통선마을 등의 주민들은 오후 7시쯤 대피명령에 따랐다. 민통선마을 안에서 농경작업 중이던 외부 주민들과 파주 임진각 등 안보 관광지에 있던 상인과 관광객들도 전원 철수했다.

연천지역에서는 중면 92명과 신서면 95명이 각각 대광리·도신리·삼곶리·횡산리 대피시설로 이동했다. 파주 지역에서는 유일한 비무장지대(DMZ) 내 마을인 대성동마을과 민통선 마을인 진동면 해마루촌·통일촌에서는 280여 가구 800여명이 대피했다. 김포지역 주민 494명, 인천 강화지역 주민 300여명도 인근 학교와 대피시설 등으로 피했다. 강화지역 주민대피령은 밤늦게 해제됐다.

대피소로 몸을 피한 연천군 중면 주민 피영남(66)씨는 “오후 4시쯤 집 근처를 산책하고 있는데 큰 포 소리를 들었다”며 “워낙 큰소리여서 이 동네 주민들은 아마 거의 다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대피소에서 만난 오영식(43)씨는 “콩밭에서 비료를 뿌리고 있는데 사이렌과 함께 주민대피소로 피하라는 이야기가 들려서 약통을 그대로 버려두고 집으로 가 70대 어머니를 모시고 급하게 왔다”며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주민들은 대피소에서 불안에 떨면서 더위와도 싸워야 했다. 지하에 설치된 대피소 내부에는 에어컨이 없어 더위·습기로 주민들 불편이 컸다. 당국은 선풍기 10여대를 동원했지만 견디지 못한 일부 주민들은 밤늦도록 대피소 밖으로 나와 서성였다.

강원도 접경지역의 영농 주민과 관광객들도 안전을 고려해 긴급 철수했다. 강원도 철원군 은 아직 주민 대피령을 내리지 않고 민통선 마을 이장들과 비상연락망 체계를 확인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철원에는 11개 대피소가 있으며, 마을별로 동시에 연락 가능한 경보 시설이 갖춰져 있다. 양구·화천·인제·고성 등 나머지 접경지역 자치단체도 주민 대피령에 대비해 대피소를 점검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철원군은 군 당국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안보 관광객 27명과 안내직원 4명을 민통선 밖으로 철수시켰다. 철원군은 21일 제2땅굴, 평화전망대 등의 안보 관광지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는 오후 4시30분쯤 관광객 30여명을 서둘러 철수시키고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통일전망대 인근 강원 DMZ박물관과 고성 남북출입사무소(CIQ) 직원들도 긴급 철수시켰다. 강원도는 북한의 국지 도발 등의 가능성에 대비, 일선 시·군에 비상 태세를 강화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2010년 11월 북한군의 기습포격으로 대규모 피해를 입은 연평도 주민들은 극심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진촌2리 윤석진(67) 이장은 “북한군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 이후 섬 주민에게 유사시에 대비해 대피를 준비하도록 안내하는 방송이 있었다”며 “현재 대부분 주민이 집안에서 뉴스를 보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천·강화·고성=박세환 홍석호

서승진 기자 yk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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