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서부전선 포격 도발… 우리軍 대응 사격

입력 2015-08-21 03:56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 도발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고 주민 안전과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제공
북한군이 20일 서부전선에서 고사포와 직사화기 도발을 감행해 우리 군이 대응 포격을 가했다.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폭발로 최전방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북한이 재차 도발을 가해옴에 따라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우리 군이 군사분계선(MDL) 북쪽으로 포탄을 발사한 것은 1973년 2월 철원에서 북한군을 향해 박격포와 105㎜ 곡사포를 발사한 이후 42년 만에 처음이다.

북한군은 20일 오후 3시53분쯤 경기도 연천군 중면 육군 28사단 태풍전망대 내 대북 확성기 쪽을 향해 14.5㎜ 고사포로 추정되는 무기로 포탄 1발을 발사했다. 이어 오후 4시12분쯤에도 76.2㎜ 직사화기로 포탄 수발을 우리 지역으로 발사했다. 이에 대응해 우리 군도 오후 5시4분쯤 155㎜ 자주포 30여 발을 대응 발사했다. 북한군이 발사한 첫 포탄은 우리 군부대나 민간인 거주 지역이 아닌 태풍전망대 인근 야산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발사한 포탄 1발을 우리 군 대포병 레이더로 포착했으며 이 포탄은 야산에 떨어져 아군이나 민간인 피해는 없었다”며 “군은 1시간11분이 지나 북한군을 향해 K-55 자주포 수십 발을 대응 사격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김양건 노동당 중앙위 대남담당 비서 명의의 서한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앞으로 보내 “대북 확성기 방송은 선전포고이며 이를 중단하는 실천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 김 비서는 다만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 개선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용의가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북한군도 포격도발 직후 총참모부 명의의 전통문을 우리 군에 보내 “오늘 17시부터 48시간 이내(22일 오후 5시)에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수단을 전면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계속할 것임을 천명하고 즉시 해당 지역에 ‘진돗개 하나’를 발령, 최고 수준의 전투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진돗개는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비한 군의 방어준비태세다. 또 연천군과 파주시 일대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도 내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포격 도발이 발생한 즉시 군 당국으로부터 이를 보고받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최윤희 합동참모본부 의장 등을 불러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했다. 박 대통령은 상임위를 직접 주재하며 “북한 도발에 대해선 단호히 대응하고 군이 만반의 태세를 유지하면서 주민 안전과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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