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3시53분쯤 경기도 연천군 육군 28사단 사단본부에 배치된 우리 군 대포병 레이더 ‘아서 K’가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28사단은 군이 지난 10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한 이후 팽팽한 긴장감 속에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던 최전방 부대다.
지휘통제실은 바싹 긴장했다. 레이더에 잡힌 점은 포물선을 그리며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왔다. 북한군 경계소초(GP)에서 1600m 정도 떨어진 연천군 중면 태풍전망대 인근 야산에 포탄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대북 확성기가 설치된 지역과 가까운 곳이다.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이 처음 재개된 지역이다. 태풍전망대는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800m 떨어져 있다.
“북한이 포를 발사했다.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 “피해 상황을 파악하라.” 사단 지휘관은 즉각 피해상황 파악에 나섰다. 합동참모본부에 북한의 포 발사 보고가 올라갔다. 합참은 즉각 비상조치반을 가동했다. 합참 지하에 자리잡은 지휘통제실도 바쁘게 움직였다.
28사단에는 북한의 포격 도발 7분 만인 오후 4시쯤 비상경계령이 내려졌다. 북한의 대북 확성기 조준사격 위협 이후 경계태세를 갖추던 이 부대는 즉각 사격 준비에 돌입했다. 북한이 발사한 것은 14.5㎜ 고사포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도발원점은 파악되지 않았다.
부대원들은 우리 군 피해 여부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야산 지역이어서 떨어진 포탄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대북 확성기 피해는 없었고 주민 피해도 없었다. 부대는 꼼꼼하게 사후조사를 실시했다. 북한의 오발 가능성도 있었고, 레이더 장비 오류로 실제 존재하지 않은 포탄의 허상이 잡힐 수도 있어서였다.
지휘관을 중심으로 현장 파악이 이뤄지던 오후 4시12분 또 다시 북한 쪽에서 수발의 포성이 들렸다. 첫 번째 포격이 있은 지 19분 만이다. 이번에는 대포병 레이더에 궤적이 잡히지 않았다. 북한이 직사포를 발사했기 때문이다. 포탄이 날아온 지역으로 보이는 곳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병사들에게 포착됐다. 수발의 포탄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비무장지대(DMZ) 안 남측 지역 700m 지점에 떨어졌다. 이번에는 76.2㎜ 직사포를 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는 없었지만 수발의 포탄이 DMZ 우리 지역에 떨어진 만큼 군은 이를 ‘도발’로 간주했다. 오후 4시30분쯤 현장 지휘관은 상부에 “북한의 명백한 도발로 간주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보고했다. 해당 사단 K-55 자주포 6문이 불을 뿜었다. 북한이 첫 번째 포격 도발을 가해온 지 1시간11분 만이었다.
“북한이 분명하게 볼 수 있도록 대응하라”는 명령이 떨어졌고, 30여 발의 포탄이 MDL 북쪽 500m 지점을 타격했다. 자주포탄은 북한군 GP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떨어져 북한군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군의 대응은 북한의 도발이 우리 측에 피해를 주지 않았고, 불필요한 확전 가능성도 우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북한의 보복 대응이 있을 수도 있어 해당 부대는 초긴장 상태로 대기했다.
군은 5시40분쯤 전군에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발령했다. 어둠이 내렸지만 북한이 언제든 추가도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부전선 포병부대는 즉각 사격이 가능 태세를 유지했다.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육·해·공군 등 가용한 모든 전력에 대비태세를 갖추도록 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도발 수준에 따라 비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위협에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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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21 03:13 수정 2015-08-21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