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일 서부전선 육군 28사단 대북 확성기를 겨냥해 조준포격을 가해온 것은 단순한 보복 타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선 단순히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최근 대남 위협이 반영돼 있다. 여기에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에 대한 항의 성격도 있다.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명의 서한을 청와대로 보내 관계 개선 가능성을 내비쳐 전형적인 강온 양면작전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15일 인민군 전선사령부 명의 ‘공개경고장’에서 “대북 심리전 방송 재개는 북남 군사적 합의에 대한 노골적 파기행위”라며 무차별 타격을 공표했다. 이번 포격은 이후 불과 5일 만에 발생해 위협이 말만이 아니란 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북한은 이번 포격 직후에도 국방부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 “48시간이내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추가 무력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포격은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한 불만 표시이자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
UFG에 대한 반발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포격은 한·미 군사훈련 기간 중 군 당국의 군사적 대응조치를 살펴보려는 것”이라며 “한반도의 군사적 불안정성이 결국 한·미 군사훈련에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도 있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가 국제 사회에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북한 책임을 추궁한 데 대한 불만도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북한은 목함지뢰 도발이 북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 이후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 우리 정부를 맹비난했다.
북한은 그러면서도 이날 김 비서 명의로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군사적 도발에 대한 책임 추궁을 우려해 대남 라인을 통해 책임 회피를 시도했다는 분석이다.
우리의 대북 심리전은 북한에 막대한 타격을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이 보유한 대북 심리전 수단은 심리전 방송(FM)과 확성기 방송, 전광판, 대북전단 등으로 구성된다. FM 방송은 라디오가 있어야 청취할 수 있지만 확성기 방송은 야간 24㎞, 주간 10여㎞ 거리에서도 방송 내용이 들려 효과가 크다. 주로 북한 군부 인물 처형 소식 등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에게 숨기는 내용들로 구성돼 있어 군 내부 동요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무력 도발은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기념일을 앞두고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수용 북한 외무상은 최근 “인공위성 발사는 주권 사항”이라고 말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기정사실화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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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21 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