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직원이 군 조종사들에게 ‘전역 후 저비용 항공사(LCC)에 가지 말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20일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국민적 비판을 받았던 대한항공이 이번엔 항공업계 내부에서 ‘갑질’ 논란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인사팀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군 조종사 60여명에게 보낸 메일에서 “중국 항공사에 취직하고자 또는 기장이 일찍 되고자 전역 후 LCC 입사를 생각하는 분이 있다고 들었다”며 “LCC는 절대 답이 될 수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LCC를 갈 바에는 아시아나항공을 가라”고까지 했다.
이 직원은 대한항공과 LCC의 근무시간·연봉 조건 등을 비교하며 군 조종사들을 설득했다. LCC의 생존원리는 원가 절감이기 때문에 결코 좋은 복리후생, 안전, 고용 안정을 보장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측은 “인사팀 직원이 개인 차원에서 일부 친분 있는 군 조종사들에게 보낸 메일”이라고 해명했다. 또 “중국 등 외국 항공사로 인력 유출을 우려해 메일을 보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에서는 올 들어 50여명이 사표를 냈다. 사표를 낸 기장 대부분은 중국으로 이직했거나 이직 절차를 밟고 있고, 부기장은 국내 LCC 등을 선택했다.
하지만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LCC 관계자는 “개인의 행동이라고는 하지만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 내부의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대한항공은 퇴사한 조종사들이 제기한 ‘노예 계약’ 소송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대한항공은 이들이 제기한 훈련비 반환 소송 과정에서 재판 전 단계인 조정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에서 근무한 조종사 3명은 지난 4월 회사를 상대로 총 1억9000만원의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냈다. 대한항공은 이들을 채용할 때 고등교육 훈련비용 1억7000만원을 각각 대납해주는 대신 10년간 근속하면 상환 의무를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10년 근속을 못 채운 이들은 교육비 일부를 반환해야 했다. 퇴직 조종사들은 이 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대한항공 “저비용사 가지말라” 軍조종사에 이메일
입력 2015-08-21 03:18 수정 2015-08-21 1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