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20일 한명숙 의원에 대한 대법원 유죄 판결로 또 한번 휘청거렸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판결을 ‘정치적 판결’로 규정하고 있어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당은 소속 의원 10여명이 검찰 수사와 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공안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9월 정기국회를 두고 여야 관계가 경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의원은 대법원 판결 직후 당 ‘신(新)공안탄압대책위원회(대책위)’ 회의에 참석해 “법원의 판결을 따르지만 유감스럽게도 인정할 수 없다. 양심의 법정에서 저는 무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시작된 정치보복이 한명숙에서 끝나길 빈다”고도 했다.
지도부의 입장도 같다. 문재인 대표는 대법원 선고 직후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며 “일련의 사건 판결들을 보면 검찰의 정치화에 이어 법원까지 정치화됐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이 한 전 총리의 판결에 대해 ‘공안탄압’이라고 규정한 이상 당분간 여야 공방은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당은 검찰 수사에 맞서 대책위 활동을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의원이 이날 대법원 선고 직후 대책위 회의에 참석한 것도 이 같은 당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표는 회의 직후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사법 민주화와 정치적 독립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며 “특히 대법관 임명 절차의 민주성과 대법관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법제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의원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은 21일 의원총회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당이 검찰 수사에 반발하면서 여야 관계가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동개혁과 선거제도 개편 논의 등 현안이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한 의원의 유죄 확정으로 새정치연합이 ‘법조발(發) 태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탈당한 박기춘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데 이어 김한길 박지원 문희상 등 당 대표급 인사 등 10여명이 검찰 수사를 받거나 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당이 검찰·법원 개혁 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경우 여러 현안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면서 그동안의 수권정당·경제정당 행보가 빛이 바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당 내부적으로는 한 의원의 불명예 퇴진이 ‘공천 혁신론’과 맞물리면서 내년 총선에서 중진·원로 2선 후퇴론이 본격적으로 불붙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 혁신위원회가 연일 공천 개혁과 인적 쇄신을 강조하면서 ‘선당후사’ ‘백의종군’ 등을 요구하는 가운데 공교롭게도 중진 의원 다수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서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에 사죄를 촉구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이번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사필귀정”이라며 “새정치연합은 이번 재판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수 고승혁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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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21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