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성규] 롯데 해외계열사 자료 선 공개 후 조사해야

입력 2015-08-21 00:46 수정 2015-08-21 18:48

롯데그룹이 2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해외 계열사 소유 실태 자료를 제출했다. 지난달 31일 공정위가 롯데 측에 전체 해외 계열사의 주주 현황, 주식보유 현황, 임원 현황 등의 자료를 이날까지 제출할 것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롯데 최석환 상무 등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5시30분쯤 공정위 기업집단과에 박스 7개 분량의 자료를 제출했다. 최 상무는 “새롭게 드러난 계열사 정황은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직후 출입기자들에게 ‘롯데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았다’는 내용의 간략한 문자메시지를 보냈을 뿐 롯데가 자료를 제대로 냈는지, 내용이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관련 브리핑을 통해 국민에게 상세히 알리겠다는 의지는커녕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세부적인 의문사항이 있어도 기다려 달라는 당부뿐이었다.

그러나 ‘조용히 해결하겠다’는 공정위의 이런 태도는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쉽다. 롯데 경영권 분쟁은 단순히 한 대기업의 내부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이다. 그만큼 국민들의 관심도 높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질지, 공정위가 이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을 갖고 있다. 또 공정위가 이번 롯데 사태를 계기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동일인(그룹 내 실질적 주인)에게 해외 계열사 현황 공시 의무 부여 방안과도 맞지 않는다. 재발 방지책으로 해외 계열사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히면서 정작 자신들은 자료 공개에 미온적인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공정위가 그동안 롯데에 보여 왔던 소극적 태도를 감안하면 공정위가 미덥지 못한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공정위는 10년 넘게 광윤사 등 롯데의 일본 계열사가 롯데호텔 등 주력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제야 뒤늦게 지분 파악에 나섰다. 공정위가 그동안 자신들의 직무유기가 드러날까 두렵지 않다면 ‘선(先) 조사 후(後) 공개’ 방침의 앞뒤를 바꾸는 게 맞다.

세종=이성규 경제부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