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요구도는 점점 높아지는데 기술자들이 이를 직접 다 해결하기는 어렵다. 사람의 마음을 안심시키는 역할은 기업과 기업 구성원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홍보관.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와 국민일보가 공동 기획한 ‘황금시간 구현 시민안전 아카데미’에서 강사의 말이 끝날 때마다 롯데물산 내 안전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 50여명은 잇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메모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시민안전 아카데미는 안전에 대해 가장 철저히 의식해야 할 기업이나 사업장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문가 강의를 통해 현장의 안전 실태를 점검하는 동시에 직원들의 위기관리 의식을 높이자는 취지다. 권순경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은 “황금시간목표제에 대한 이해 증진과 사회 전반 안전문화 확산의 공감대를 마련하고자 시민안전 아카데미를 기획했다”며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의 CEO 등 사회 여론 주도층의 안전에 대한 우선적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첫 아카데미는 롯데물산 직원들을 대상으로 열렸다. 롯데물산은 서울 잠실 지역에 123층, 555m 높이의 초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 건설을 진행 중이다. 완공되면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 된다. 그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전에 대한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강사는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책임교수 겸 도시방재안전연구소 부소장이 맡았다. 이 교수는 국민안전처 규제심사위원을 지냈고, 현재는 서울소방재난본부 법률자문위원, 건설기술연구원 내화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기술자들은 기술적인 안전도를 따지지만 일반 사람들은 마음이 평안하고 안정된 상태를 진정한 의미의 안전으로 받아들인다”며 “사회가 발전하고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단순히 ‘기술적으로 안전을 확보했다’는 수준을 넘어 마음까지 안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초고층 건물이 저층 건물에 비해 더 위험하다는 통계적 근거는 아직 없다. 결국 롯데가 초고층 건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까지 바꾸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 교수는 “아무리 예방을 해도 재난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예방은 완전할 수 없다. 그래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후 리스크 관리체계 정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롯데물산 측은 “건물에 이상이 생긴다면 돌이킬 수 없는 국가적 재난이 일어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최고의 옷을 만드는 장인처럼 벽돌과 유리창 하나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제2롯데월드 안전관리위원회는 24시간 비상시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몰에는 스프링클러가 무려 16만개 규모로 설치돼 있고, 화재감지기도 3만개 이상이 구비돼 있다. 최대 300분간 급수가 가능토록 했고, 정전 시에도 비상발전기를 통해 스프링클러가 작동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월드타워에는 피난안전구역을 20층마다 설치해 화재 발생 시 최대 15분이면 피난안전구역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안전구역으로 이동한 고객들은 19대의 피난용 승강기와 피난계단을 이용해 신속히 대피할 수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123층 롯데월드타워, 국민이 안심하는 수준 돼야”… ‘안전 아카데미’ 롯데물산서 열려
입력 2015-08-21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