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 우사인 볼트 번개 칠까, 저스틴 게이틀린 바람 불까… 23일 베이징서 세계육상선수권 100m 결승

입력 2015-08-21 02:58
볼트(왼쪽)와 게이틀린.
베이징 하늘에 ‘번개’가 칠까 아니면 ‘바람’이 불까?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화려한 막을 올리는 2015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인간 번개’ 우사인 볼트(29·자메이카)와 ‘바람보다 빠른 사나이’ 저스틴 게이틀린(33·미국)이 맞붙는다. 둘은 이번 대회 남자 100m와 200m, 400m계주 출전자 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대회 하이라이트인 100m 결승은 한국시간으로 23일 오후 10시 15분에 펼쳐진다.

세계 육상 단거리 역사상 최고 선수로 꼽히는 볼트는 남자 100m(9초58)와 200m(19초19)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볼트는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2 런던올림픽에서 남자 100m, 200m, 400m계주를 석권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이며 2009 베를린대회, 2013 모스크바대회에서 100m, 200m, 400m계주 금메달을 가져갔다. 볼트는 2011년 대구대회에서 200m와 400m계주 금메달을 따내 칼 루이스(54·미국)와 함께 세계육상선수권 최다 금메달(8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볼트는 장애를 극복한 ‘모범생’이다. 척추측만증을 타고난 볼트는 늘 부상에 시달렸다. 달릴 때 어깨와 골반이 심하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는 허리, 배, 골반 부위의 근육을 강화하는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척추를 지탱하는 힘을 키웠다. 그 결과 근육이 척추를 받쳐 주게 됐고, 척추측만증으로 인한 심한 골반의 흔들림은 오히려 장점이 됐다. 볼트가 달릴 때 왼쪽 골반이 오른쪽 골반에 비해 많이 내려간다. 내려간 만큼의 반동으로 내딛는 발의 힘을 강화해 보폭을 더 키운 것이다.

볼트는 올해 발과 골반 부상으로 성적이 좋지 않다. 지난 6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대회 200m에서 20초29로 우승한 뒤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20일 베이징에 도착한 볼트는 “아주 좋은 몸 상태로 베이징에 왔다”며 “세계선수권대회 전에 몇 차례 레이스를 펼쳤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도 충분히 자신 있게 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게이틀린은 약물에 손댄 ‘문제아’다.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 100m 우승, 2005년 헬싱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관왕에 오르며 승승장구하다 2006년 금지약물 검사에서 암페타민 양성반응을 보여 4년 출전 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미국프로풋볼(NFL)에서 와이드리시버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도 한 게이틀린은 2010년 트랙에 복귀했다. 이후 게이틀린은 큰 대회에서 볼트에게 밀렸다. 2012 런던올림픽 100m에서 동메달에 그쳤고, 2013년 모스크바대회에선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올해 게이틀린은 쾌속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남자 100m 1∼4위 기록(9초74, 9초75, 9초75, 9초78)을 혼자 세웠다. 올해 남자 100m에서 9초7대를 뛴 선수는 게이틀린뿐이다. 올 시즌 200m 1, 2위 기록(19초57, 19초68)도 게이틀린이 가지고 있다.

한편 한국은 이번 대회에 12명의 선수를 파견한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남자 경보 20㎞의 김현섭(30·삼성전자)이다. 김현섭이 이번 대회에서 10위 안에 들면 한국 육상 역사상 최초로 3개 대회 연속 톱10 기록을 세운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프린터 김국영(24·이상 광주광역시청)은 또 한 번 남자 100m 한국신기록 경신에 나선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