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연구시설뿐 아니라 화장품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 분야 기업들의 투자를 늘려보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그러나 의료 관련 연구·개발(R&D) 사업이 아닌 기업의 수익사업에 세제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20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일부 부지에 소규모 생산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30일 법제처에 현행 법상으로 첨단의료복합단지 내에 R&D 시설뿐 아니라 생산시설을 세울 수 있는지 법령 해석을 요청했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의료산업의 실리콘밸리’를 표방하는 국책사업으로, 기업이나 연구소의 의료 R&D를 장려하기 위해 정부가 신약개발지원센터,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등 의료 인프라를 구축한 단지를 말한다. 충북 오송과 대구에 조성돼 있다.
정부가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생산시설 제한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은 입주 기업들의 꾸준한 요구 때문이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입주 기업들은 R&D만으로는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생산시설을 짓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해 왔다. 기재부는 첨단의료복합단지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 3월과 7월 7·8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이 안건을 상정했다. 기재부는 회의 결과 의학 기술을 활용한 화장품, 의료기기, 의약품에 대해 소규모 생산시설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운영하는 복지부는 당초 기재부의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반대했다. R&D를 장려하기 위한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원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게 이유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생산시설을 허용할 경우 R&D는 뒷전으로 밀리고 기업이 수익을 올리기 위한 제품 생산에만 몰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복지부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정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R&D 시설과 임상용 생산시설 설치만 허용돼 있어 당장 규제를 완화할 수 없다고 기재부에 전달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법에 생산시설 건설을 금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주장했고,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조속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결국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수준의 소규모 생산시설 허용을 추진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생산시설 규제 완화가 첨단의료복합단지 입주 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첨단의료복합단지 내 입주 기업들이 의료 R&D를 진행한다는 조건으로 세제 혜택, 임대료 감면, 부대시설 설치, 운영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한다. 예를 들어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의 3.3㎡당 토지 분양 비용은 196만원인데 이는 주변 시세의 3분의 1 수준이다. 입주 기업에는 고용보조금 혜택도 있다. 2038년까지 첨단의료복합단지에 들어가는 정부 예산만 5조6000억원이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이 낮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의료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원되는 예산이다. 그런데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각종 혜택을 굳이 기업의 화장품 생산 등 단기적인 목표의 수익사업에 제공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생각해봅시다-연구개발 의료단지에 화장품 공장] “투자 활성화” vs “과도한 특혜”
입력 2015-08-21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