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비리 수사, 협력사부터 뒤진다

입력 2015-08-21 02:23
검찰의 KT&G 비리 수사가 포스코 수사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수사 핵심 대상은 KT&G 임원과 협력업체 간 고질적·구조적 유착관계다. 검찰은 포스코 수사와 마찬가지로 먼저 KT&G 협력업체들의 경영비리를 파헤쳐 외곽을 다진 뒤 KT&G 내부 비호세력으로 수사를 뻗어간다는 전략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김석우)는 KT&G 현직 임원 2, 3명이 협력업체에서 거액의 뒷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번 수사는 지난 13일 KT&G의 협력·하도급 업체 7곳의 압수수색과 함께 시작됐다. 검찰은 담뱃갑을 납품하는 S사와 담배 필터용 종이를 공급하는 U·J사 측으로부터 KT&G 임원들에게 뭉칫돈이 흘러간 단서를 잡았다. 업체 관계자 조사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J사 대표의 경우 KT&G가 2010년 충북 청주 담배제조공장 부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청주시 공무원에게 전달한 뇌물 중 2억원을 부담했다가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KT&G와 이들 업체의 ‘공생관계’를 주목하고 있다. KT&G는 협력업체들과 납품계약을 체결할 때 일정 수준의 이윤을 보장해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출액 상당부분을 KT&G에 의존하는 업체들로서는 뒷거래를 통해서라도 KT&G 측 연줄을 잡고자 하는 구조인 셈이다. 검찰은 이 업체들에 영입된 KT&G 출신 인사들이 로비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 관계자는 “KT&G가 주인 없는 회사이다 보니 고위직들이 현직에 있을 때 제몫을 챙기면서 ‘각자도생(各自圖生)’하려는 경향이 발견된다”며 “역시 민영화된 공기업인 포스코와 비슷한 양상”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경찰이 2013년 벌였던 청주 담배제조공장 부지 매각 비리에 대한 재수사도 진행 중이다. 당시 공무원 1명과 뇌물을 준 KT&G 임원 2명, 매각 대행업체 대표 1명이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지만, 최근 KT&G 내부 공모자나 배후에 대한 추가 정황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호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