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한강은 시민 누구나 뛰어들어 물장구를 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홍수 때를 제외하면 모래밭으로 이뤄진 하천 부지 일부에만 물이 흘렀다. 80년대 한강종합개발 사업으로 하류의 신곡수중보, 상류의 잠실수중보가 물을 가둬 콘크리트 강둑까지 항상 물이 차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수중보는 강의 흐름을 막아 수질을 악화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은모래 돌아오고 녹조 해결=서울시는 지난 17일 신곡보 철거 여부를 논의하는 영향 평가를 하자고 국토교통부에 요청했다. 이런 입장의 기초 자료는 지난 2월 대한하천학회가 연구한 ‘신곡수중보 영향 분석 보고서’다. 학회는 보를 철거할 경우 수질이 개선되고 생태계가 복원되는 등 긍정적 변화가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보를 철거하면 한강은 겉모습부터 크게 바뀐다. 수위가 지금보다 최대 1.9m 낮아진다. 사철 강둑까지 물이 가득한 한강의 모습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김동언 생태도시팀장은 “수위가 내려가면 콘크리트로 마감한 한강 수변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당장 보기에는 미관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태 자연을 회복하는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면 ‘콘크리트 한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김 팀장은 “물이 빠져 백사장이 드러난 뒤 흉한 부분에 숲 등을 조성하면 과도기를 거쳐 시민 친화적 한강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질이 좋았던 60년대 이전에 시민들이 한강 백사장에서 ‘강수욕’을 즐기던 모습이 재현될 수도 있다.
지난 6월 가뭄 이후 꾸준히 생기고 있는 심한 녹조 현상이 해결될지도 관심사다. 녹조 현상은 물의 흐름이 막혀 정체된 상황에서 기온이 크게 오를 때 발생한다. 따라서 보를 철거하면 물 흐름이 원활해져 이를 막을 수 있다. 환경단체들은 “신곡보 상류 쪽에만 녹조가 발생한 걸 보면 한강 녹조는 신곡보로 인해 물의 흐름이 가로막혀 생긴 것”이라며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안전 위협, 유람선 중단=신곡보 철거에 긍정적인 서울시와 달리 국토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녹조의 원인이 반드시 신곡보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고 보 자체가 염수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그 기능을 간과하기 어렵다”며 “한 번 철거 결정을 내리면 되돌리기 어려워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강 다리 하부가 드러나면 미관상 문제뿐 아니라 안전 문제도 생길 수 있다. 보가 철거되면 교각 아랫부분 2∼3m가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수변부 교각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물줄기가 변하면서 노출된 교각 주변이 파여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교량 보호시설을 설치하는 데 245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강유람선 등 선박 운행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한강사업본부는 유람선이나 요트 등 한강 레저를 즐기는 시민이 연평균 12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중 유람선을 이용하는 사람은 55만∼60만명 정도다. 수상택시도 중단될 가능성이 있지만 서울시는 선착장을 좀 더 강 안쪽으로 옮기면 운행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서울시 도시안전본부 관계자는 “수위가 낮아지면 강가 선착장을 이용할 수 없게 되니 선착장을 옮기는 방식으로 수상택시 사업은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측은 “한강 레저사업은 다른 형태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보가 철거되면 수변 모래톱이 드러나 시민들이 강 가까이에서 산책을 하는 등 한강을 즐기는 문화 자체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신곡수중보 철거되면, 한강은 어떻게 변할까… 엇갈리는 시각 “은모래 돌아올 것”-“교각 안전에 문제”
입력 2015-08-21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