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유죄 확정] 진보 여성운동 아이콘… 헌정 사상 첫 女총리서 벼랑으로

입력 2015-08-21 02:29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가 20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확정판결을 선고받은 뒤 심경을 밝힌 한명숙 의원(가운데)을 위로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대법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죄가 확정된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의원은 최초의 여성 총리 출신이다. 김대중정부에서 초대 여성부 장관을 지낸 뒤 노무현정부에서 총리에 올랐다. 한국 진보 여성운동의 대모 역할을 자임했던 그는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1970년대부터 활동했던 재야인사이기도 하다. 한 의원은 이화여대 재학 시절 이대·서울대 연합 서클인 ‘경제복지회'에 가입하며 운동권에 뛰어들었다. 이 서클에서 만난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와 1967년 결혼했다. 그러나 6개월 만에 남편이 ‘통혁당 사건’으로 구속수감되면서 13년간 옥바라지를 했다. 자신도 ‘크리스천 아카데미’ 사건으로 1979년 구속돼 2년6개월간 투옥됐다.

한 전 총리는 특히 ‘여성운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1987년 한국여성단체연합 결성을 주도해 1990년부터 부회장 공동대표 지도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1989년부터 5년간 한국여성민우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여성운동의 기반을 닦았다. 1999년에는 참여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1999년 새천년민주당 창당 작업에 여성분과위원장으로 참여해 정계에 발을 들였고, 2000년 비례대표(5번)로 국회에 진출했다. 대한민국 초대 여성부 장관을 지낸 뒤 노무현정부에선 환경부 장관에 이어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의 정치행보는 내리막길이었다. 18대 총선에서 낙선했고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패했다. 2009년엔 총리 재임 시절 곽영욱 전 대한통운 대표이사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기소된 지 5년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미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은 뒤였다.

20일 대법원 판결로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000만원을 선고받은 한 전 총리는 의원직을 상실했다. 비례대표 의원직은 신문식 전 민주당 조직부총장이 승계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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