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부 입김 때문에… 오를 줄 모르는 우리銀 몸값

입력 2015-08-21 03:08

우리은행 주가가 지난 6월 말 이후 2달째 ‘1만원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2분기 좋은 실적을 기록했고 자산건전성도 개선되고 있지만 기업구조조정에서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주로 맡는 등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계가 민영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조기 민영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경영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지분 매각 가능성을 여전히 의심하고 있다.

20일 우리은행 주가는 전날보다 2.96% 하락한 917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6월 26일 1만150원을 찍은 뒤 9000원대 안팎을 맴돌고 있다. 우리은행 민영화가 궤도에 오르려면 주가 상승이 필요하지만 정부 입김이 강한 은행이라는 외부요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시장에서는 투입된 공적자금을 감안할 때 우리은행 주가가 1만3000원대는 돼야 한다고 본다.

지난달 말 발표된 2분기 실적에서 우리은행은 순익 2261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웃도는 성과를 냈다. 회수가 어려운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72%로 하락하고 있어 자산건전성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떠안고 있는 기업구조조정 부담과 불확실한 지분 매각 전망이 우리은행의 가치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 2분기 실적발표 당시 증권가에서는 성동조선해양 485억원, 포스코플랜텍 405억원 등 기업구조조정 관련 추가 충당금이 늘어 위험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책금융기관에 필적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도 민영화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우리은행은 주채무계열(주채권은행을 선정해 부채가 많은 기업집단을 통합관리하는 것) 주채권은행 6곳(우리·산업·신한·하나·외환·국민) 중 담당 계열이 가장 많다. 올해 41개 그룹이 주채무계열로 선정됐는데 우리은행은 16개 기업집단을 담당해 산업은행(14개)보다 많다. 16개 계열에는 성동조선과 SPP 등 부실 가능성이 큰 조선사들이 포함돼 있다.

예금보험공사 지분이 51.04%(매각대상은 48.07%)에 달하는 우리은행으로선 2000년 당시 예보와 맺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에 따라 경영 자율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MOU에는 경영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하거나 해당 임직원에 대해 예보가 직접 조치를 할 수 있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달 발표한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방향’에서 “우리은행 경영자율성을 보장하도록 MOU 관리방식을 개선하고, 은행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충분히 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의구심을 걷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우리은행의 펀더멘털은 개선되고 있지만 자산 부실에 대한 신뢰 문제가 남아 있다”며 “정부 지분 매각도 특별한 이점이 보이지 않는 데다 장기 계획도 뚜렷하지 않아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