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최근 “우리 팀 투수는 승수를 쌓기에 정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화끈한 방망이가 있기에 투수가 어느 정도만 막아주면 승리를 따낼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푸념 섞인 하소연이다. 염 감독의 말 속에 넥센의 현주소가 있다.
넥센은 19일 현재 58승 1무 50패로 4위를 달리고 있다. 5위 싸움을 하는 팀들이 모두 5할 언저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4위 수성은 무난해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넥센은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꿈꾸는 팀이다. 이를 위해선 정규리그에서 좀 더 상위권으로 올라가야만 한다. 포스트시즌에서 최대한 경기를 적게 해 체력을 비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이미 1위는 물 건너 간 상황이다. 선두 삼성 라이온즈와의 승차는 9.5게임이나 벌어졌다. 2∼3위를 달리고 있는 NC 다이노스(62승 2무 44패)와 두산 베어스(59승 47패)와도 계속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넥센은 이달 들어 계속 하락세를 걷고 있다. 8월부터 치른 16경기에서 6승 10패로 승률이 불과 0.375다. 8월 순위만 놓고 보면 넥센은 전체 8위에 그치고 있다.
넥센이 최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마운드 때문이다. 방망이는 최고다. ‘홈런왕’ 박병호를 앞세운 넥센 타선은 가공할만할 파괴력을 갖추고 있다. 팀 홈런이 163개로 압도적인 1위다. 2위 롯데 자이언츠(137개)와도 26개나 차이난다. 10개 팀 중 유일하게 팀 타율(0.302) 3할을 넘긴 팀이다.
하지만 마운드는 최악이다. 선발의 경우 앤디 밴헤켄(12승)과 라이언 피어밴드(9승)를 빼고 3∼5선발이 사실상 없다. 전반기 3선발로 팀에 큰 도움을 줬던 송신영도 후반기에 좋지 못하다. 송신영은 18일 kt 위즈전에서 선발로 나왔지만 ⅓이닝을 던지고 5실점한 뒤 강판됐다. 문성현은 올 시즌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5패를 기록 중이다. 김택형은 4승 3패로 평균자책점이 무려 7.94나 된다.
넥센의 강점이던 필승조도 최근 무너졌다. 조상우가 후반기 7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3.86으로 버티고 있지만 한현희는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2.60으로 부진했다. 한때 한국 최고의 마무리로 손꼽혔던 손승락 역시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2.60으로 고전 중이다. 그 사이 블론세이브(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는 것)를 3개나 했다.
염 감독은 일단 선발에 금민철과 김영민을 투입하고, 선발로 뛰던 김택형을 불펜으로 돌렸지만 마음이 복잡하다. 4위로 머물 것이냐 그 이상으로 치고 올라가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 염 감독은 “9월 초까지 2주가 승부처”라며 “그 전까지 확실한 3선발이 구축돼야 하며 조상우와 한현희, 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도 견고해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프로야구] 영웅들<넥센> 방망이는 최고인데…
입력 2015-08-21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