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정부의 국고보조사업 계약서 원본까지 공개할 것”

입력 2015-08-21 02:18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17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 장관은 “정보통신기술(ICT)이 매일 새로운 권력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정부 3.0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서영희 기자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에게선 여전히 공직자보다는 ‘헌법 학자’란 이미지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정 장관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여파로 물러난 강병규 전 장관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과거 안전행정부에서 조직이 쪼개져 국민안전처, 인사혁신처, 행자부로 나눠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학자에서 정부 부처 수장으로 빠르게 안착했다. 학교에 있을 때 늘 정부 부처 개혁과 혁신의 그림을 그려왔던 경험과 현장을 강조하는 스타일 덕분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는 용어가 다소 어려운 정부 3.0에 올인하고 있는 듯했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1조의 가치를 정부 3.0으로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가진 모든 정보를 국민들에게 낱낱이 공개하면 권력은 자연스럽게 국민에게로 이전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정 장관을 지난 17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취임 1년1개월째인데 그동안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나.

“국가혁신부를 이끈다는 각오로 정부 운영의 구조와 체질을 혁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 왔다. 학교에 있을 때나 지금이나 국가 철학과 국가 개혁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학계에 있을 때 참여민주주의와 책임총리제, 특별검사제 등 개혁 담론을 제안했었는데, 지금은 구체적인 해결책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또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다도해 바다 규제 해소, 동해안 철책선 철거 프로젝트 등 현지의 숙원을 곧바로 해결하려고 뛰었다.”



-지방재정난이 심각한 걸로 아는데, 어느 정도인가.

“지방재정은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악하다. 재정자립도는 1995년 63.5%에서 올해 45.1%로 떨어졌다. 자체 수입으로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하는 기초단체가 수두룩하다. 요즘 부동산 거래가 늘어 지방세수가 늘었지만 일시적이다. 구조적으로 지방재정을 확충해야 한다. 경남도는 부채를 엄청나게 줄였더라. 홍준표 지사가 부채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게 보인다. 부채를 줄여나가면 다른 일을 못할 수도 있는데 경남은 새로운 발전모델을 개발하면서도 부채는 줄여가고 있다. 그렇게 노력하면 (감축)되지 않겠나.”



-지방자치단체들은 복지비용 부담까지 늘어 돈이 없다고 아우성이던데.

“지자체들도 독자적인 세수를 확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 세출 분야에서 경남처럼 하면 줄일 부분이 있다. 혁신을 하면 재정건전성을 높일 여지가 아직도 많다. 다만 중앙과 지방 세수를 7대 3 구조로 만들어 주는 건 필요하다. 국가사무를 지방사무로 이전한 것도 많은데 (현재의) 8대 2 구조는 문제다. 7대 3까지는 늘려보려고 노력하는데 어렵더라. 국가 전체적으로 세입 구조가 3년 연속 어려우니 세수를 늘려주는 게 쉽지 않다.”



-중앙에서 보면 지방에서 세금 누수가 되는 게 훤히 보일 텐데 실제로 어떤가.

“지방 공기업도 그동안 혁신을 통해 부채율을 목표치보다 줄인 곳이 많다. 다만 운동장이나 스타디움 등 공공건물을 지었다가 관리비용만 엄청나게 들어가는 적자 구조가 많다. 그걸 정비하려고 한다.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국고 보조사업을 하다 보면 옆으로 빠지는 게 많다. 모든 걸 완전 공개방식으로 하려고 한다.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국민들에게 낱낱이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방재정과 교육재정을 국민들이 볼 수 있는 시스템을 2017년까지 구축하겠다고 보고했다. 정보를 공개하면 국민들이 ‘내 세금 감시단’을 만들어 감시하면서 세금 누수가 줄어들지 않겠나. 계약서 원본까지 공개하고 어떤 사업에 왜 그 업체가 선정됐는지를 다 밝히겠다.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국민들이 들여다본다면 함부로 쓸 수 없을 거다. 교육재정과 지방재정 정보를 다 통합해 공개하는 게 맞다.”



-정부 3.0사업을 수없이 강조하던데, 말이 너무 어렵다는 느낌이다.

“정부 3.0은 헌법 제1조와 10조를 실현해 가는 방법이다.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는 것에서 출발해 정부 정책을 다 바꾸는 것이다. 정책 초기 단계부터 아이디어를 모으고, 집단지성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정부 3.0이다. 우린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 여건이 된다. 모바일이 손안에 들어 있다. 과거처럼 정부, 사법부, 국회 등이 강한 힘을 갖고 정책을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매일 새로운 권력, 작은 권력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제는 사진 찍어서 바로 올리면 된다. 국민들이 정책 실행 여부와 성과를 다 지켜보고 있다. 이젠 거기에 맞춰 정부의 품질을 어떻게 올리느냐가 과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정부 3.0은 정부가 갖고 있는 데이터를 전부 공개한다. 국민들이 이 정보를 얼마든지 경제적,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방정부도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주민들이 판단하면 된다. 주민들이 지역 현안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엄청난 변화다. 정부와 단순한 협업·소통하는 정도가 아니다. 옛날 정부 방식은 더 이상 맞지 않는다. 나는 취임 후 이런 흐름을 행정학으로 엮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마을운동은 빈곤을 탈출하고 저개발국가를 개발국가로 올려놓는 보편성을 갖춘 소프트 파워라 할 수 있다. 거기에다 정부 3.0이 바탕인 전자정부 시스템을 추가하면 좋다. 현재의 아시아·아프리카 저개발국가는 농업·공업·정보화 시대를 한꺼번에 달성해야 하는 삼중 과제를 안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새마을운동 모델과 3.0 모델을 패키지로 활용하면 된다. 선진국은 3.0모델로 돌리면 된다. 이게 ‘행정 한류’인데 이는 대한민국의 확실한 소프트 파워가 될 수 있다.”



-행자부가 우수 마을기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걸로 아는데.

“마을기업 박람회 때 우수 기업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지역 공동체를 살려내는 것은 경제적 관점만이 아니라 어떻게 공동체의 잠재 역량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교육적·문화적·기업적 측면에서 노장년층이 자기 역할을 갖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지방에 가면 향교가 있는데 보존 대상처럼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여기를 열어 인성교육 장소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공동체가 활성화되면 노인과 중년층, 청년층마다 연령대별 역할이 있다. 그 속에서 생활하고 배우는 것이다. 그런 걸 재생해볼 생각이다. 스스로 노력하는 지자체는 우리가 지원해 줄 것이다. 무한경쟁만 내세우면 잘하는 사람은 좋지만 나머지는 낙오된다. 사회 구성원 전체가 패배자가 되지 않고 상생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공동체도 이런 관점에서 봐서 틀을 잡아야 한다.”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문화유산을 보존하려면 문화유산부를 만드는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 국가지정 문화재들이 거의 방치돼 폭탄과 비슷하다. 관리가 안돼 언제 어디서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다. 국가지정 문화재를 문화재청에서 관리해야 하는데 다 지자체에 맡겨 놨다. 그런데 지자체들은 큰 관심이 없으니 공백 상태다. 이걸 어떻게 할지 정부 조직 관점에서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지역 박물관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노석철 사회2부장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