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490일 만에… 세월호 첫 수중 조사

입력 2015-08-20 03:32
세월호 인양업체로 선정된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이 19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첫 수중 조사 작업을 시작했다. 크레인 작업선 다리(大力)호와 450t 예인선 화화(化和)호가 정박해 있는 가운데(왼쪽) 중국인 잠수사가 다리호에서 다이빙 케이스에 탑승해 잠수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살이 거세고 가시거리가 짧아 세월호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인양업체로 선정된 중국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이 19일 전남 진도군 침몰 해역에서 인양을 위한 첫 잠수 수중조사에 착수했지만 수중 여건이 나빠 세월호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이날 수중조사는 지난해 4월 16일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490일, 9명의 실종자를 남겨둔 채 작업을 종료한 지 281일 만에 이뤄졌다.

상하이샐비지는 이날 조사를 시작으로 11개월 동안 작업한 뒤 내년 7월 인양을 완료할 계획이다.

인양팀의 중국인 잠수사들은 이날 물살이 가장 약해지는 정조기인 오후 3시쯤 수중에 투입됐다. 이들은 노란 잠수 마스크에 허리에는 납덩어리를 두르고, 등에는 비상용 공기탱크를 멘 채 잠수했다.

이날 수중조사는 본격적인 작업은 아니고 수중 환경을 파악하고 조사 장비를 시험하기 위한 예비 작업이었다. 잠수사들은 일단 세월호 주변 환경을 파악했다. 원격조정 무인잠수정(ROV) 등 조사 장비가 맹골수도의 빠른 유속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했다.

잠수사들은 조류 속도가 빠른 사리 기간이어서 작업시간이 30분가량에 그쳐 세월호를 발견하지 못했다. 리홍지엔(37) 잠수사는 “조류와 가시거리 탓에 세월호를 직접 보거나 만지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상하이샐비지는 약 10일간 수중조사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수중조사 이튿날부터는 세월호의 창문·출입구 등에 식별장치를 표시하며 구역별로 정밀조사를 벌인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모습을 촬영한 영상·사진 자료가 확보되면 국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세월호 인양작업은 실종자 9명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6000t이 넘는 선박을 절단 없이 통째로 인양하는 것이어서 인양사에 ‘유례가 없는 도전’이 될 전망이다.

해수부와 상하이샐비지는 수중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양을 어떻게 진행할지 결정해 실시 설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또 수중조사 작업이 마무리되는 9월 초부터 잔존유 제거와 미수습 시신 유실 방지망 설치작업을 시작한다. 이 작업에는 두 달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때까지 잠수사 등은 응급상황이 없는 한 육지에 오르지 않고 해상 기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10월 말이 되면 수온이 낮아져 수중 작업이 불가능해진다. 상하이샐비지는 내년 3월까지 육상에서 인양에 필요한 설비를 제작하고 내년 3월부터 다시 수중에서 본격적인 인양 작업에 돌입한다.

상하이샐비지는 앞서 지난 15일 중국인 잠수사 96명 등 약 150명을 태운 1만t급 바지선과 450t급 예인선을 맹골수도의 세월호 침몰지역에 가져와 해상기지를 구축했다.

세월호는 맹골수도 수심 약 44m 지점에 뱃머리를 동쪽으로 두고 좌측면이 바닥에 닿은 채 누워 있다. 6825t급인 세월호는 침몰 후 조류·뻘 흡착력 등을 고려할 때 수중 무게를 8500t 정도로 추정한다.

진도=김영균 기자, 세종=윤성민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