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예외 인정” “공직자 한정”… 또 논란 휩싸인 김영란法

입력 2015-08-20 02:32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도 되기 전에 또다시 개정 논란에 휩싸였다. 불을 지핀 건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합리적인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국내 농축산업 대토론회’였다. 농어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농축수산물을 금품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다. 법 적용 대상을 고위 공직자로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법 제정 과정에서 불거졌던 논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농축수산물은 예외로 해야” vs “법 취지 무력화”=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은 19일 CBS라디오에 나와 “농산품의 40%가 설이나 추석 명절에 선물용으로 소비된다”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농산품의 유통 체계가 마비되고 농가는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최근 금품 수수 금지 예외 조항에 ‘농수산물과 농수산가공품’을 추가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같은 사람에게서 1회에 100만원, 연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받도록 했다. 단 사교나 부조 목적의 음식물, 경조사비 등은 허용했다. 허용 금액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돼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가액 범위에 대한 여론 수렴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선물이든 경조사비든 허용 금액은 10만원이 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 경우 한우나 굴비 세트 등의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게 개정안을 낸 의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법을 심사했던 국회 정무위원회는 예외 조항을 두는 데 부정적이다.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한번 예외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면 업계마다 예외를 두자고 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면 이 법 자체가 무력화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농축수산물을 예외로 하자는 주장은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선거용일 뿐”이라며 “개정안이 19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포괄 입법’ 태생적 한계, 비판여론에 개정 난망=김영란법이 유례를 찾기 힘든 포괄 입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지난 3월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후 정의화 국회의장이 “과잉입법이라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법 시행 이전에 보완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을 정도다. 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에 언론사 종사자와 교원이 포함된 데 대한 문제 제기도 여전하다. 부정청탁 금지 조항에서 선출직 공무원들의 예외를 인정한 부분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선출직 공직자와 정당, 시민단체가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삼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 등은 부정청탁 유형에서 제외됐다. 최근 불거진 국회의원 자녀 취업 청탁이 처벌 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이다.

정무위는 일단 내년 9월 말부터 시행해 보고 문제가 있으면 보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새정치연합 이상민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시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보상할 것이냐”며 “잘못이 있다는 걸 알면 빨리 고치는 게 국회의 역할”이라고 했다.

다만 실제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법 적용 대상과 범위를 조정할 경우 당초 취지에서 후퇴했다는 비난 여론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재석 247명 중 228명이 찬성한 법안을 국회 스스로 번복하는 데 대한 부담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