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는 다수의 크리스천 의사가 있다. 어떤 의사들은 안정적 자리를 박차고 의료선교의 사명을 안고 선교 현장으로 뛰어든다. 다수는 미션트립 형태로 선교현지를 돌보거나 선교사들을 후원한다. 국내 환자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정성껏 돌보는 의사들도 있다.
이창우 서울 선한목자병원장은 국내 병원을 운영하면서 해외선교를 동시에 진행하는 독특한 선교전략을 구사하는 인물이다. 그는 선교지에서 하루 400명 이상의 환자를 돌보며 상처 부위에서 고름을 빼내고 살갗을 꿰맸다. 간단한 수술로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뀌는 것을 경험하며 제때 약을 공급하고 상처만 치료해도 중병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한국의 보건소 개념처럼 선교 오지마다 간단한 의료 서비스와 약 지급이 가능한 무료 진료소를 세우는 선교전략을 세웠다.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에는 이 같은 선교전략을 실천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그가 선교를 다짐한 것은 한양대 의대 2학년 재학 시절이었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수련회에서 김준곤 목사의 묵직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여러분 중에 선교할 사람 일어나세요.”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주님, 일생 동안 주님을 증거하고 생명을 살리는 주님의 종이 되겠습니다.”(18쪽)
한양대 의과대를 졸업한 그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피츠버그대, 하버드 의대에서 인공관절 분야의 세계 최고 석학으로부터 의료기술을 습득했다. 인공관절 전문가가 된 그는 모교 교수직을 마다하고 병원 개원을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더 많은 시간과 물질을 선교지에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의료선교는 2001년 개원부터 시작됐다. 병원 간호사들과 아내 김정신 권사 등 10여명의 선교대원은 약 가방을 들고 국내는 물론 미크로네시아, 라오스, 네팔, 인도네시아, 이집트, 중국, 파키스탄을 돌았다. 그가 의료선교 현장에서 깨달은 의사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의사란 하나님의 창조 메커니즘에서 벗어난 인간의 신체를 하나님의 메커니즘에 가장 가깝게 가져다놓고 기다리는 사람.”(52쪽)
그렇다고 선교가 늘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만은 아니다. 선교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었고 방해하고 모함하는 일도 있었다. 그때마다 다짐했다. “우리는 공사 중이다. 공사 중일 때는 그저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안내문을 걸고 죄송한 마음을 표하며 열심히 설계도면을 따라 성실하게 지어나가면 된다.”(133쪽)
선교지를 향한 이 원장의 넉넉한 사랑은 의사였던 부친 고 이종찬 장로와 새벽제단을 하루도 빠짐없이 쌓고 있는 김용화 장로로부터 왔다. “얘들아, 어머니는 자식을 눈물로 키우고 아버지는 등으로 키우는 것이란다.”(116쪽) 부친이 자녀에게 늘 했던 말에서 하나님의 잔잔한 사랑이 느껴진다.
그의 아내 김 권사는 김선도 광림교회 원로목사의 딸이다. 대형 교회 목회자의 딸이라는 선입견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철저히 선교 지향적 삶을 살고 있다. 선한목자병원에서 생기는 수입은 대부분 선교지의 병원과 무료 진료소를 세우고 선교사들의 생활비, 미래 선교자원이 될 의대생들의 등록금으로 지출된다.
이 원장의 고백처럼 하나님은 하나님의 사람들 외에는 다른 손이 없으신 분이다. 하나님은 오늘도 순종하는 사람들을 통해 당신의 역사를 성취해 가신다(99쪽). 이 원장 부부는 분명 사도행전에서 사도바울이 환상 중에 들었던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행 16:9)는 음성을 또렷하게 들은 사람들이다.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지구촌 오지 찾아 생명 살리는 주님의 종…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
입력 2015-08-21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