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손톱을 깨물고, 다리를 떨고, 코를 후비다 혼난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게 왜 잘못된 것인지 모르고 하다가 어느새 습관이 된 행동들이다.
저자는 아이 편에 서서 무심코 하는 그 행동에 기발한 상상력을 입혔다. 그림책의 주인공 꼬마도 여느 아이와 마찬가지로 코를 후비거나 손톱을 깨물다 엄마에게 혼이 난다. 그럴 때마다 이유가 있다고 항변한다. 콧속에 스위치가 있어 이걸 누르면 ‘신바람 빔’이 나온다고. 손톱을 깨물며 어른들한테는 들리지 않는 ‘히이-’ 소리를 내면 쓰레기를 뒤지는 새들을 쫒을 수 있다고.
처음에는 그 이유를 잘 들어주던 엄마도 밥알을 흘리는 것, 의자 위에서 몸을 버르적대는 것, 침대위에서 방방 뒤는 것, 복도나 가게에서 뛰는 것 등 어른들이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모든 것들에 이유를 대자 혀를 내두른다. 듣고 보면 황당하긴 하지만, 다 그럴 듯해서다. 목욕을 다 하고 나서 한참을 지나도 잠옷으로 안 갈아입고 발가벗고 노는 건 학교에 쳐들어온 나쁜 우주인이 옷을 쉬익 빨아 당겨 빼앗아갈 때 발가벗고 잘 싸우기 위해 연습하는 거라는 핑계는 얼마나 아이다운 발상인가.
그러면서 엄마를 한방 먹인다. 엄마는 왜 틈만 나면 머리카락을 비비 꼬는 거냐고. 그 엄마, 아들에게 배워 멋지고도 그럴듯한 핑계를 댄다. 머리카락 끝에 저녁 메뉴가 조그맣게 쓰여 있다나. 그림책 속 엄마와 아이의 유쾌한 실랑이를 보노라면 조급하게 고쳐주려 했던 내 아이의 나쁜 버릇에 대해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될 것 같다. 김정화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그림책-이유가 있어요] 내가 발가벗은 이유? 우주인 이기려는 거죠
입력 2015-08-21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