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조선 유학자들이 말하는 동물 이야기

입력 2015-08-21 02:34

조선의 유학자들, 특히 실학자들은 동물에 관해 기록을 많이 남겼다. 이덕무 ‘청장관전서’, 이익 ‘성호사설’, 박제가 ‘북학의’, 정약용의 ‘다산시문집’ 등에는 동물의 감각과 생김새는 물론 살아가는 방식을 관찰한 글들이 많이 나온다. 온갖 짐승과 새, 물고기는 물론 벌레까지 다뤘다. 기이한 이야기부터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그려진 동물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 책은 조선 유학자들이 남긴 동물 관찰기를 토대로 당시 세계관을 다루고 있다. 유학자들은 동물을 보면서 인간 본성과 습성에 대해 사고했다. 그들의 동물관은 동물과 인간이 본질적으로 한 갈래에서 나왔다는 동아시아 ‘만물친족설’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론된다.

유학자들이 고민한 문제는 살아온 관성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생명의 기계성’에 관한 것이다. 동물이 사람보다 지능이 부족하다고 해서 동물을 마음 없는 기계로 치부하지 않았다. 좋고 싫은 감정에 따라 살아가는 동물 모습이 인간과 별다를 바 없다고 봤다. ‘인간성’이란 개념이 인간의 특권이 아니라 서로의 몸과 마음을 보존하려는 기술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간에게 희생하는 소 도축을 금하자고 주장하는 등 억울한 동물들 삶을 개선하기 위한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