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인기 용품, 독성 물질 ‘범벅’

입력 2015-08-20 02:17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만화 캐릭터 상품에서 성장과 발육에 해를 끼치는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일부 장난감과 문구류는 기준치를 수백 배 초과했다. 어린이용 제품의 유해물질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처벌 수위는 턱없이 낮다. 환경 당국이 할 수 있는 규제는 강제력 없는 리콜 명령과 제품명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정도다.

환경부는 지난해 4월∼올해 4월 시중에 유통된 장난감·문구 등 어린이 용품 3009개를 조사한 결과 121개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나왔다고 19일 밝혔다. 프탈레이트와 납·카드뮴 등 중금속이 다량 검출됐다. 프탈레이트는 내분비계를 교란하는 환경호르몬 추정 물질이다. 인체에 노출되면 간·신장·심장·폐·혈액에 악영향을 미친다. 생식기능에 지장을 초래하고, 정자의 유전물질을 파괴하기도 한다. 세계 각국은 완구 및 어린이 제품에 사용을 금지하는 등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적발된 제품에는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만화영화 ‘시크릿 쥬쥬’의 캐릭터 상품이 포함됐다. 국내 기업 ‘H.W ALF Corp’의 ‘시크릿 쥬쥬 리본사각 크로스백’은 프탈레이트 함유량이 22.2%로 기준치(0.1%)의 222배에 달했다. 같은 회사의 ‘쥬쥬 프리티 사각 파우치’는 29.5%로 기준치의 300배에 육박했다. 일본의 유명 캐릭터인 ‘리락쿠마’를 새겨넣은 ㈜베스틴의 펜슬파우치 등에서도 기준치의 74∼231배에 이르는 프탈레이트가 검출됐다. 중국 업체 ‘화다’가 만든 ‘공룡세계’ 시리즈의 프탈레이트 함유량은 기준치의 40∼100배였다. ㈜베스틴의 ‘스펀지 밥노트7’ 등에서는 납 등이 검출됐다.

환경부는 121개 제품 중 34개에 대해 수거 명령을 내리고 관련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대형 유통매장 등에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대한상공회의소가 운영하는 ‘위해상품 판매 차단 시스템’에 등록을 요청했다. 제조일과 제조사 등이 불분명한 87개 제품은 추가 사실 확인을 거쳐 수거 권고조치 등을 내릴 계획이다.

이렇게 유해 어린이 제품이 근절되지 않는 배경에는 당국의 미온적 대응도 작용하고 있다. 유해물질이 나온 제품에 수거 명령을 내릴 뿐 제조·유통 업체에는 별다른 제재를 내리지 않는다. 이미 유통된 제품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리콜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가 가능하다. 리콜 권고 조치는 강제력이 없다. 정보 공개를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에 맡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