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서울의 4년제 사립대를 졸업한 임모(27·여)씨는 두 달 전부터 지방의 한 공공기관 비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했다. 월급은 150만원을 겨우 넘는다. 성실하게 일한다고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도 아니지만 임씨가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취직이 안 되는 상황에서 백수로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경제적 상황은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자취방 월세, 휴대전화 요금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이곳에서 계속 일할 생각은 없지만 취업난 기사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청년층이 저임금 근로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19일 한국고용정보원의 ‘최근 저임금 근로자 현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 3월 기준 저임금 근로자는 총 451만2000명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의 24.0%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1.4% 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저임금 근로자를 중위 임금의 3분의 2 미만 임금을 받는 근로자로 규정한다.
주목할 점은 평균적으로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청년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30.0%로 지난해 3월보다 0.1% 포인트 늘었다는 점이다. 30대(-1.0% 포인트), 40대(-2.5% 포인트), 50대(-2.5% 포인트), 60세 이상(-3.1% 포인트)에선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모두 줄었음을 고려하면 청년층 저임금 근로자 비중 상승은 유독 도드라져 보인다.
장기간 결과를 봐도 청년층의 저임금 근로자 비중 증가 추세는 뚜렷하다. 15∼19세 근로자 가운데 저임금 근로자 비율은 2004년 74.3%였으나 2014년 81.1%로 증가했다. 20∼24세도 같은 기간 40.4%에서 44.6%로 늘었다. 25∼29세만 2004년 16.7%에서 지난해 14.9%로 1.8% 포인트 감소했다.
원인은 역시 취업난 때문이다. 윤정혜 한국고용정보원 책임연구원은 “취업이 어렵다 보니 아르바이트, 비정규직 등 ‘질 낮은 일자리’로 청년층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문경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청년 구직자의 고학력화로 구직자가 원하는 일자리와 실제 고용시장 내 일자리의 불일치가 심화되고 있다”며 “청년층에 대한 공급은 많은데 ‘괜찮은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광표 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현 정부가 청년 고용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는데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청년 취업난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세종=윤성민 기자
[기획] 저임금 비중 줄었는데… 청년층서만 늘었다
입력 2015-08-20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