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특수부대 참여에 대한 나의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그들은 내 마음을 바꿔 놨다.”
미국 특전사령부 산하 공수·레인저훈련여단 소속 콜린 볼리 원사는 18일(현지시간) 육군 레인저 스쿨(Ranger School) 창설 65년 만에 처음으로 과정을 수료하게 된 여군 2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볼리 원사는 외교·국방전문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이 신체적으로 그 혹독한 훈련을 감당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중도에 그만두거나 다칠 것이라고 여겼지만, 그들은 내가 틀렸음을 입증했다”고 덧붙였다.
미 육군성이 이날 공개한 레인저 스쿨의 금녀의 벽을 뚫은 이는 크리스턴 그리스트 대위와 셰이 헤이브 중위. 모두 20대로 미 육사를 졸업했다. 레인저 스쿨은 최악의 조건에서도 견디는 정신력·체력 배양과 소부대 리더 양성을 위한 특수훈련 과정으로 수료생들의 군복에 새겨지는 ‘레인저 마크’는 미군들에게 대단한 존경의 대상이다.
지난 4월 첫 혼성 기수로 남성 381명과 함께 레인저 스쿨에 입교한 여성은 19명으로 이 중 17명이 혹독한 훈련과정을 이기지 못하고 중도에 자진 탈락했다.
졸업생은 2명의 여군을 포함해 총 96명으로 통과율이 24%에 불과했다. 레인저 스쿨은 기초체력과 소부대 전술 등을 이수하는 1단계, 산악훈련이 중심인 2단계, 악어와 독사 등이 우글거리는 최악의 환경에서 생존과 도피 등을 배우는 3단계로 돼 있다.
훈련생들은 매일 19시간 넘는 훈련 스케줄에 따라 수면은 2시간, 식사도 2끼 이내로 제한받는다. 플로리다 늪지에서 이뤄지는 3단계는 17일이나 지속된다.
레인저 스쿨 교관 잭슨 위트캠퍼 대위는 “레인저 스쿨 과정은 훈련생을 극한 상황에 집어넣어 그가 포기하거나 생존하거나 선택하도록 고안됐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013년 1월 3년 내 특수부대를 포함한 모든 전투병과를 여군들에게도 개방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당시 레온 페네타 국방장관은 여단 이하의 소규모 부대에 여군을 보병으로 배치하지 않도록 규정한 1994년 제정된 국방부 규칙을 폐지했다.
단위 전투 부대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대로 여군을 배치하든지 거부할 경우 그 근거를 대도록 돼 있다. 레인저 스쿨이 올해 처음으로 문호를 개방한 것도 여군들의 능력과 자질을 ‘테스트’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2명의 여군이 남성들과 동일한 여건에서 훈련과정을 통과함에 따라 레인저 스쿨이 앞으로도 여군 훈련생을 받을 공산이 높아졌다.
특히 두 여군의 레인저 스쿨 수료에 맞춰 ‘네이비실(Navy SEAL)’로 유명한 미 해군 특전단도 금녀의 벽을 허물고 여성에게도 지원 자격을 주기로 했다. 여배우 데미 무어가 주연한 영화 ‘GI 제인’이 현실로 성큼 다가온 셈이다.
존 그리너트 미 해군 참모총장은 이날 군사전문지 디펜스뉴스(DN)와의 회견에서 자신과 브라이언 로지 해군 특전사령관은 6개월간의 해군 특수전 기초훈련 과정(BUD/S)을 통과한 여성에 대해 네이비실 팀에 근무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GI 제인’ 탄생 불가능을 넘다… 미군 특수훈련 ‘레인저 스쿨’ 첫 여성 졸업생 배출
입력 2015-08-20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