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용 비아그라’ 애디(Addyi·제품명)가 논란 끝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승인을 받았다. 성욕감퇴 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에게 희소식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부작용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미 FDA가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로 과거 두 차례나 퇴짜를 놓은 제품을 승인한 것은 제약회사의 뒷돈을 받은 여성단체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제조사 “성욕 37% 증가”=미 FDA는 18일(현지시간) 미 제약회사 스프라우트가 개발한 애디에 대해 판매를 최종 승인했다. 스프라우트는 FDA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애디를 복용한 여성의 성욕이 37%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한 실험에서는 한 달 2.7회에 불과했던 성적 만족 횟수가 애디를 복용한 이후 4.7회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여성계 일부에서는 성평등 차원에서 이 약의 판매를 환영하고 있다. 남성들은 성기능 장애를 겪더라도 비아그라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의 도움을 받았지만 여성들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성인 여성 3명 중 1명꼴로 성욕감퇴 장애를 겪고 있다. FDA는 “성욕 감퇴가 스트레스나 대인관계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판매승인 배경을 설명했다.
이 약이 비아그라와 다른 점은 뇌에 직접 작용해 성욕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애디를 복용하면 뇌에서 성욕을 감퇴시키는 성분인 세로토닌 분비는 감소하고, 대신 충동자극을 일으키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가 촉진돼 성욕감퇴 장애가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이 약은 남성에게도 같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반면 비아그라는 성기의 혈관을 팽창시켜 발기를 유도한다. 애디는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살 수 있다.
◇“술 마시고 복용하면 매우 위험”=애디는 뇌를 직접 자극하기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저혈압이나 현기증, 메스꺼움, 졸림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플리반세린이라는 화학물질이 세로토닌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이다. 그래서 제조사도 가급적 자기 전에 복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더 치명적인 점은 술을 마시거나 간이 약한 사람이 복용하면 부작용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는 사실이다. 약 판매를 반대한 뉴욕대 티퍼 교수는 “(섹스를 하기 위해) 애디를 복용하는 젊은 여성에게 금주를 기대하는 건 터무니없다”고 꼬집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성 연구자들은 “성욕 저하를 비정상으로 보는 전제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2010년과 2013년 두 차례 판매를 거절한 FDA가 종전 입장을 뒤집은 건 여성단체의 압력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판매승인을 촉구해 온 여성단체(Even the Score)가 두 번째 승인거절 직후인 2013년에 조직됐고 자금을 스프라우트가 댔다고 폭로했다. 10월 17일 발매 예정인 이 약의 가격은 한달치(10정)가 400달러(약 47만원)로 책정됐으나 보험사들이 이 정도 약값을 보장할지는 불투명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애디의 국내 판매 여부에 대해 “아직 이 약을 수입·판매하겠다는 업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당장 업체가 생겨나도 의약품 허가·심사에 3∼6개월이 소요돼 올해 안에 국내에서 접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국내 허가 전까지 이 약이 인터넷 등에서 판매된다면 모두 불법·가짜 제품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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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도 행복할 권리… 美 FDA ‘여성용 비아그라’ 논란 끝 판매 승인
입력 2015-08-20 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