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타기 된 김영란법 입법취지에 맞도록 수정해야

입력 2015-08-20 00:25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이른바 ‘김영란법’에 대한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법안 내용을 손질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여야가 법제화했으나 최근 일부 내용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일자 5개월 만에 수정하려는 것이다.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은 18일 김영란법이 규정한 수수금지 대상에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을 제외하는 내용의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농축수산물 명절 선물 대다수가 5만원 이상인데 정부는 시행령에서 허용되는 선물 가격을 5만∼7만원으로 책정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농어민이 엉뚱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어 개정안을 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김영란법이 농축수산업을 황폐화시킬 염려가 있다”고 밝혀 수정 가능성을 예고했다.

정치권이 뒤늦게나마 문제가 되는 조항을 손보려는 자세는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이 법안이 갖는 불합리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회 통과 당시부터 숱한 지적을 받은 여러 사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해 바로잡아야겠다. 우선 적용 대상의 형평성이 제기된다. 법안은 공익적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로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 대학병원 종사자 등 세금으로 운영되지 않는 조직의 구성원까지 대상에 포함했다. 이러다보니 대상자가 최대 300만 명으로 늘어나 법 집행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까지 불러일으켰다. 반면 공익성이 큰 시민단체 구성원과 변호사 등은 제외해 형평성 논란을 촉발했다.

특히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 등의 자녀·친척 취업 청탁을 금지하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뺀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영란법 원안에는 이 규정이 포함됐지만 막상 국회 통과 과정에서 빠진 것이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의 자녀 취업 청탁 의혹을 보면 왜 이 대목이 제외됐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했을 때 의무적으로 신고토록 한 것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많다. 이 외 부정청탁이나 직무 관련성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 등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이 법의 원래 목적은 고위 공직자 등 권력형 부정부패를 뿌리 뽑자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당초 취지는 살리되 비현실적인 내용은 과감히 수정하는 것이 맞다. 땜질하는 식으로 고치는 것이 아니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대로 바꾸지 않고 내년 9월 시행할 경우 엄청난 혼란이 예상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상당히 형성돼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여야는 지혜를 모아 이 법이 국민들에게 엉뚱한 불편을 주지 않도록 개정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