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의 미국 여군 장교가 미군의 역사를 새로 썼다. 지옥훈련이자 엘리트 코스인 육군 레인저 스쿨의 61일 과정을 이수한 것이다. 지원자 46명 중 남성 군인과 똑같은 체력·정신력 기준을 통과한 19명이 올 4월 사상 처음으로 입교, 훈련 과정에서 17명이 탈락하고 2명만 졸업했다. 레인저 훈련은 특수정찰, 기습과 교두보 확보 등 특수전을 위한 유격훈련이다. 남자들도 졸업률이 40%일 정도로 극한 과정이다. 산악·하천 훈련 및 공습 강하 등 1, 2단계를 거쳐 마지막 3단계에서는 악어와 독사가 우글거리는 남부 플로리다의 늪지대에서 수상·생존·도피 훈련 등을 받는다.
두 여군이 어디로 배속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델타포스나 그린베레 등과 같이 특수 임무를 전담하는 최정예 제75레인저연대로 간다면 또 한 번 금녀의 벽을 허무는 것이다. 이 연대의 구호는 ‘레인저가 선봉에 선다(Rangers lead the way)’이다. 최전방에서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셈인데, 2차대전 노르망디 작전 때 오마하(작전 암호명) 해변에 미 보병 1사단과 함께 상륙하던 레인저 9개 중대에 레인저 부대장이 내린 명령이었다. 오마하 해변은 연합군이 독일군의 기관총에 가장 참혹하게 당한 곳으로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시작 30여분 동안 상륙전투 장면이 나오는 그곳이다.
대한민국 여군도 이에 못지않다. 지난해 11월에는 특전사 여군 부사관 5명이 처음으로 무박 9일 천리행군을 마쳤다. 총 400㎞를 숙영 계획 없이 논스톱으로 완주하는 지옥훈련이다. 평균 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특전사에 들어온 여군들 중에는 고공 낙하 4000회 이상 기록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다. 역시 역사를 새롭게 쓰는 것이다.
남성 중심 조직에서 한계를 초월하려는 여성들의 노력들은 아름답고도 장중하다. 그래서 정치권이나 시민사회를 등에 업고 여성차별 철폐 구호만 외치는 이들보다 울림이 크다.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
[한마당-김명호] 여군 레인저
입력 2015-08-20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