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 석현준, 새로운 ‘슈데렐라’ 될까

입력 2015-08-20 02:41

2009년 7월 1일 축구 스타를 꿈꾸던 18세 소년은 “죽어도 유럽에서 죽겠다”며 네덜란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호기롭게 명문구단 아약스의 문을 두드려 입단 테스트를 요청했다. 마틴 욜 당시 아약스 감독은 재능을 알아보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석현준(24·포르투갈리그 비토리아 세투발·사진)의 도전은 시작됐다. 이후 그의 축구 인생은 롤러코스터였다. 그러나 열정은 식지 않았다. 지난 시즌 결국 한국 선수 역사상 여섯 번째로 유럽무대에서 두 자릿수 골을 기록했다. 자연스럽게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의 눈길이 석현준에게 쏠리고 있다.

비토리아는 18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축구협회가 석현준을 국가대표팀 예비명단에 포함했음을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슈틸리케 감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석현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이번에 갑자기 석현준을 부를 생각을 한 것이 아니라 적당한 차출 시기를 기다렸다는 얘기다. 한국은 오는 9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2경기(3일 라오스 홈경기·8일 레바논 원정경기)를 앞두고 있다.

현재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합격점을 받은 공격수로는 이정협(24·상주 상무)과 이용재(24·V-바렌 나가사키)가 있다. 그러나 둘은 지난 동아시안컵에서 득점하지 못하고 주춤했다. 라오스전, 레바논전을 대비해 새로운 공격수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석현준이 가장 유력한 옵션이다.

석현준은 2010년 아약스 2군 경기에서 8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하지만 주전경쟁에서 밀려 흐로닝언(네덜란드)으로 이적했고 이후 마리티무(포르투갈),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전전했다. 지난해 6월 나시오날(포르투갈)에 입단하면서 플레이가 다시 살아났다. 석현준은 5골을 넣으며 맹활약하다 지난 1월 비토리아로 이적했다. 주전으로 뛰게 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내린 선택이었다.

정통 스트라이커인 석현준은 지난 시즌 나시오날과 비토리아에서 40경기에 출장해 10골을 기록했다. 차범근(62)과 설기현(36·성균관대 축구부 감독대행), 박지성(34)과 박주영(30·FC 서울), 손흥민(23·레버쿠젠)에 이어 유럽프로축구 단일 시즌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한 6번째 한국인 선수가 된 것이다.

석현준이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는다면 자신의 유일한 A매치 경기였던 2010년 9월 7일 이란전 이후 무려 5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게 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