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진항 폭발 현장’ 리커창 늦고 시진핑 안 나타나 中 지도부 늑장대처에 들끓는 여론

입력 2015-08-19 03:40
수백명의 사상자와 맹독성물질 유출 우려를 낳은 중국 톈진항 물류창고 연쇄 폭발사고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중국 지도부의 리더십이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번 사고에 대한 대중의 공포가 신속한 사고 대처에 실패한 현 지도부에 대한 분노로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리 총리가 지난 6월 ‘중국판 세월호’로 불리는 여객선 동팡즈싱호 침몰 당시 사고 직후 현장을 방문한 것과는 달리 사고 5일째인 지난 16일에서야 현장을 방문했고 시 주석은 아직 모습조차 보이지도 않은 점이 분노를 키웠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가뜩이나 톈진은 시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최근 회동을 가진 베이다이허에 인접한 도시다. 이 신문은 리 총리의 늦은 방문이 베이다이허에서 치열한 권력 암투가 벌어지면서 회의가 사고 나흘 뒤인 16일까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당국은 사고와 관련해 중국 산업안전 분야의 책임자인 양둥량 국가안전생산감독관리총국(안전총국) 국장을 엄중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국장은 항구 내에서 위험화학품 허가증이 없이도 위험화학품 창고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공안은 또 사고업체인 루이하이 물류회사의 리량 회장 등 10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안화나트륨 등 맹독성 화학물질들이 남아 있는 사고 현장에 이날 오후부터 비가 내리면서 사고 현장 인근의 대기오염 및 수질오염 등 2차 환경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시안화나트륨은 물을 만나면 과거 나치가 사용한 독가스의 주성분인 시안화수소가 돼 대기오염을 일으킨다. 이미 사고현장 3㎞ 밖의 도로에서도 백색 거품을 일으키는 빗물 흐름이 발견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톈진시 환경 당국은 사고 지점에서 반경 100m 이내 핵심 구역은 흙, 자갈, 모래 등으로 담을 만들어 오염물이 외부 혹은 바다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 있어 외부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