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옆에 7성급 한옥호텔을 짓는 사업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숙원이었다. 하지만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걸림돌이 되면서 결국 숙원은 ‘백일몽’으로 끝나게 됐다.
대한항공은 호텔 건립을 위해 2008년 6월 삼성생명으로부터 서울 종로 송현동 일대 3만6642㎡ 부지를 2900억원에 사들였다. 이 부지는 풍문여고와 덕성여중·고 3개 학교가 인접해 있다. ‘학교 반경 200m 이내에 관광호텔을 세울 수 없다’는 현행법에 가로막혀 부지 매입 후 7년 넘게 빈 땅으로 남아 있었다.
대한항공은 2010년 3월 서울 중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그해 7월 패소했다. 호텔 건립 시도는 계속 이어졌지만 서울시와 시교육청의 반대로 번번이 막혔다.
조 회장은 2013년 8월 청와대 간담회에서 “특급관광호텔의 건립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직접 건의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바로 화답해 관광진흥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호텔 사업에 희망이 비치는 듯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이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키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한진그룹은 거센 ‘갑질’ 논란에 휘말리며 국민적 비판을 받았고, 야당은 관광진흥법 개정을 재벌을 위한 특혜입법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나섰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는 18일 7성급 호텔 대신 복합문화공간을 짓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한항공 측은 “송현동에 숙박시설을 건립하는 것은 여러 가지 여건상 사실상 추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숙박시설을 제외한 문화융합센터 건립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인 ‘LIVE’, 중국 상하이의 쇼핑과 오락·레저 복합단지인 ‘신천지’,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 등을 벤치마킹해 송현동 부지 전체에 복합문화공간을 짓는다는 방침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대한항공 ‘무너진 7성호텔의 꿈’… ‘땅콩 회항’ 결정적 걸림돌
입력 2015-08-19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