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신용정보 집중기관 설립 ‘빅브러더’ 논란

입력 2015-08-19 02:58

은행·보험·신용카드 등의 정보를 하나로 모아 관리하는 ‘빅데이터’ 집중기관 설립을 두고 정부와 야권·시민단체가 대립하고 있다. 정부는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위해 설립을 서두르는 반면, 반대 측은 정보 보호를 강화하고 처벌·배상 제도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참여연대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은 18일 김기준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 국민의 금융정보를 장악하려는 빅브러더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금융위원회가 내년 3월까지 설립하려는 종합신용정보 집중기관 설립이 국민의 금융 관련 정보를 하나로 묶어 검찰 국세청 선거관리위원회 등이 국민을 감시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종합신용정보 집중기관은 은행·신용카드·생명보험·손해보험·금융투자 등 5개 금융업권 협회들이 각자 관리하던 고객 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금융권 빅데이터 기관이다.

◇“빅데이터가 빅브러더 손에 간다”=야권과 시민단체는 종합신용정보 집중기관이 ‘빅브러더’가 되는 것을 우려했다. 빅브러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독재자로, 국민의 머릿속 생각까지 감시·통제한다.

집중기관이 설립되면 국정원의 카카오톡 해킹 의혹에 버금가는 정부 주도의 민간 정보 침탈이 일어날 수 있고,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을 위해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 범죄를 감시하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지금은 범죄 혐의와 관련한 자료만 제한적으로 요구하지만, 집중기관이 설립되면 비식별 정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무제한으로 정보를 요구받을 수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FIU가 이를 기존의 개인 정보와 결합하면 얼마든지 개인을 식별할 수 있고, 이를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등에 전달해도 막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민변 백주선 변호사는 “빅데이터를 먼저 산업화한 선진국에서도 개인 정보를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곳은 없다”며 “비록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통계만 제공한다고 하지만, 이미 기업체나 FIU가 가지고 있는 개인 정보와 결합하면 얼마든지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고 언제든지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빅데이터의 산업적인 활용 가치는 인정하지만, 그에 앞서 개인 정보 관리를 강화하고 유출·악용 시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책임과 처벌 더 세졌다”=정부는 빅브러더 우려를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금융위 신용정보팀 남동우 팀장은 “지금도 은행연합회가 일부 보험 정보를 제외하고 사실상 다 통합 관리하고 있는데, 시스템을 통합한다고 해서 빅브러더가 된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집중기관 역시 은행연합회 산하의 민간 사단법인으로 정부와 무관하며, FIU의 정보 제공도 어차피 지금처럼 현행법 테두리에서만 이뤄진다는 것이다. 업계에서 정보 관리 책임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회에서 이미 거부됐고 금융위도 더 이상 추진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오히려 정보 유출에 따른 과징금을 매출액의 3%까지 상향 조정하는 등 신용정보법상의 책임과 처벌은 더 강화했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신용기관 집중기관 출범을 위한 통합추진기구는 “새로 설립될 기관의 공공성과 중립성을 더 명확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