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 악취’ 청주남중, 소나무 간벌 둥지 없앤다

입력 2015-08-19 02:05
백로 수천 마리와 불편한 동거를 해오며 악취에 시달리던 충북 청주남중학교가 고통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백로는 서식지를 잃게 됐다.

백로 서식지 소유자인 청주교대는 청주남중 뒷편 잠두봉 일대 백로 서식지 소나무를 간벌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청주교대가 시에 간벌 허가를 신청하면 시가 민원 해소 차원에서 대신 벌목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이상 걸리는 행정 절차를 감안하면 빨라도 9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전체 서식지 5000㎡ 중 3000㎡가 간벌 대상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철새인 백로는 보통 9월에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백로가 서식하는 것은 주변 습지와 하천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2012년부터 잠두봉 ‘리기다소나무 숲’에 날아든 백로가 올해 수천 마리로 늘어나면서 이 학교는 학습권 침해 문제에 부딪혔다. 소음과 배설물 등 악취에 시달렸고 뒷산과 마주 닿아 있는 급식실은 악취, 깃털 등으로 창문을 열지 못했을 정도다.

이 때문에 교육당국과 환경단체 등은 서식지 보호와 파괴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환경단체가 상생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관계기관과 전문가 등 16명으로 대책위원회가 꾸려졌지만 결국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 쪽으로 기울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