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본 노동개혁] 한국노총, 노사정 대화 복귀 불발… 8월 26일 재논의

입력 2015-08-19 02:34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왼쪽)이 18일 서울 여의도 노총회관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이병균 사무총장을 바라보고 있다. 서영희 기자
한국노총이 18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복귀 결정을 유보시켰다. 오는 22일로 예정된 전국노동자대회 등을 마무리한 뒤인 26일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다시 열어 노사정 대화 재개 여부를 재논의키로 했다. 정부의 입장 선회 없이는 대화를 재개할 수 없다는 노총 내 강경파들의 반발을 일단 수용하면서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의제 철회 요구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약속을 재요구하는 모양새다. 남은 1주일간 정부와 노동계 간 줄다리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노총 ‘노사정위 복귀 시기상조’ 판단, 정부 재압박=노총은 당초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노총 대회의실에서 중집을 열고 노사정 복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노사정 대화 재개에 반대하는 금속노련과 화학노련, 공공연맹 등 강경파 산별노조 조합원 200여명이 회의실과 김동만 위원장실 앞 복도를 점거, 반대 농성을 벌이면서 중집 개최 자체가 봉쇄당했다. 이들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의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대화에 복귀할 수 없다며 ‘명분 없는 노사정 복귀 반대’ 입장을 지도부에 강하게 전달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노총 지도부는 5시간 넘는 회의 끝에 이날 중집에서는 22일 예정된 전국노동자대회 조직화 등에 대한 안건만 다루고 노사정 대화 복귀 문제는 26일 중집을 다시 열어 논의키로 결정했다.

산별노조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주요 쟁점에 대한 정부의 입장 선회 없이 복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지도부가 대화 복귀를 강행할 경우 22일과 25일 예정된 노동자대회 등에서 노총 내 노선 갈등이 본격적으로 심화될지 모른다는 부담도 작용했다.

노총으로서는 중집 유보를 통해 정부의 입장 선회를 재차 요구할 시간을 벌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분명한 약속을 해주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만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면서 “급하지 않다”고 말했다.

◇큰 기류는 대화 복귀에 무게=그러나 26일 중집이 열리면 결국 노사정 대화 재개 쪽으로 분위기가 흐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노총 지도부의 기류가 복귀 쪽에 무게가 실린 모양새다. 당정청이 노동개혁 강행에 뜻을 모은 상황에서 그나마 노사정위 틀 내에서 논의하는 것이 노동계에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이 최근 공식·비공식 라인을 통해 취업규칙과 일반해고 요건 문제에 대해 느슨한 접근 가능성을 강조하는 등 변화 가능성을 내비친 점 등도 이 같은 판단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이날 김동만 위원장도 중집 회의 모두발언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 유도, 경제 민주화 등 우리의 여러 현안이 사회적 이슈가 돼 있다”면서 “모든 것이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투쟁과 함께 대화와 타협도 병행하면서 많은 결단을 내려가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노동계의 대화 복귀 자체보다 대화 재개 이후가 더 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무 부적응자에 대한 해고 기준을 마련하자는 일반해고 지침 등 노동계에 치명적인 쟁점을 정부가 계속 고집할 경우 어렵게 복원한 대화의 창이 또다시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