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네덜란드산 장미를 불태운 이유는…

입력 2015-08-19 02:38
최근 몇 년간 ‘꽃 피는 시절’을 보내는 듯하던 러시아와 네덜란드의 무역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러시아가 불법으로 반입된 유럽산 치즈 등의 식료품을 불태운 데 이어 네덜란드에서 온 꽃들을 불태우면서 두 나라 사이에 ‘꽃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MH-17편이 미사일에 격추돼 네덜란드인 196명이 희생된 사건의 책임 소재를 두고 양국의 감정이 격화되면서 꽃 전쟁이 시작됐다고 17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달 27일 러시아 농산물 검역 당국은 선박 183척에 적재된 네덜란드의 화훼작물들이 해충들로 우글거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와 우크라이나 등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말레이기 피격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제형사법정 설치 결의안’을 제출하기 이틀 전의 일이다.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결의안은 부결됐다. 러시아는 자국이 여객기 격추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으며 우크라이나의 전투기나 미사일이 여객기를 떨어뜨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열흘 정도 흐른 지난 10일 러시아 검역관들은 네덜란드 꽃에 대한 해충 검역 강도를 한층 강화했다.

그러나 이튿날 네덜란드가 주도하는 사고조사팀은 “추락 지점에서 발견된 러시아제 ‘부크’ 지대공 미사일에서 나온 것들로 추정되는 파편들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러시아 측은 자국에 들어와 있던 네덜란드산 장미와 국화 두 상자에 불을 붙이는 장면을 TV로 내보내며 맞불을 놓았다. NYT는 “사고기 조사가 러시아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네덜란드에 경고를 보낸 것이 분명하다”고 해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