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테러, 親탁신 ‘레드셔츠’ 배후 지목

입력 2015-08-19 03:35
태국 수도 방콕 에라완 사원 인근 폭탄 테러 현장에서 사고 이튿날인 18일(현지시간) 태국 경찰 관계자들이 폭발의 충격으로 부서진 힌두 사원의 유물 주변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태국의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AP연합뉴스
태국 경찰이 18일 공개한 테러 현장 주변 CCTV에 잡힌 남성 용의자. 그의 등에 멘 백팩 안에 폭발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AP연합뉴스
태국 방콕 도심에서 17일 발생한 근래 최악의 폭탄 테러는 장기화되는 정치 불안과 종교·민족 갈등으로 흔들리는 ‘관광대국’ 태국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전날 인파가 몰리는 오후 7시쯤 힌두 사원인 에라완 사원에서 발생한 테러로 18일 현재 중국인 등 외국인 11명을 포함해 20명이 숨지고 120여명이 부상했다.

쁘라윗 왕수완 태국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태국 경제와 관광산업에 타격을 가하려는 자들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범인들이 외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 명소를 테러 장소로 선택해 테러 효과의 극대화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태국 재무부가 최근 수출 부진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3.0%로 내리는 등 태국 경제는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태국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는 관광업까지 충격받을 공산이 커졌다. 이런 전망이 확산되면서 이날 달러 대비 태국 바트화 가치는 0.5% 떨어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태국 군부는 자신들을 반대하는 세력인 ‘레드셔츠’가 저지른 정치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CCTV에 용의자가 찍혀 뒤쫓고 있다”며 “이 용의자가 태국 북동부에 근거를 둔 반정부 단체 출신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동부 지역의 농민과 도시 빈민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반(反)군부 세력 레드셔츠가 이번 테러의 배후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레드셔츠는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탁신·잉락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시위 때 이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군부의 정치 개입에 반대하는 뜻으로 붉은 셔츠를 입는다. 이번에 테러가 발생한 장소인 라차쁘라송 교차로에서도 2010년 레드셔츠 시위대가 2개월간 시위를 벌여 진압 과정에서 90명이 숨지고 1700여명이 다친 바 있다.

이번 테러가 이슬람 분리주의 세력과 관련이 있는지도 주목된다. 하지만 태국 정부 관리는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테러는 이들 분리주의자들의 전술과는 다른 듯하다”고 말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