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0대그룹이 흔들리고 있다.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업 등 10대그룹 주력사들의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대부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출보다 영업이익의 하락폭이 커 내용적으로도 좋지 않았다.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95조7000억원의 매출과 12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9.8%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17.9% 감소했다. 현대·기아차 역시 상반기 매출액은 67조400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5% 감소에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22.9%나 떨어졌다. LG전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에 비해 반 토막이 났으며, 롯데쇼핑과 포스코의 영업이익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에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제 상황이 나빠졌고, 엔저와 유로화 약세 등 환율 여건도 좋지 않았던 게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18일 “상반기 경제 환경 자체가 좋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상반기 실적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 노트5와 갤럭시S6 엣지 플러스를 출시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야심작이었던 갤럭시S6의 실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이 중국과 미국 제품 사이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도 상황은 어렵다.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판매량이 하락하며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엔저와 유로화 약화, 중국 시장의 성장 둔화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몇 년간은 힘든 시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그룹은 최악의 오너 리스크를 겪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얽힌 후계 분쟁으로 진흙탕싸움을 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으로 기업 이미지가 추락했다.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기 전까지 장기간 오너 부재 상황을 겪어야 했고, 포스코는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검찰 수사로 기업 이미지가 악화됐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중국은 따라오는데 일본과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는 구조적인 어려움에다 노동개혁과 규제개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생기는 내부적인 문제까지 겹친 상황”이라며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라 장기적인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남도영 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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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국경제 ‘흔들’… 10대그룹 순익 급감에 오너 리스크
입력 2015-08-19 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