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학정보연구원(원장 김정우 총신대 교수)은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손니치 센터에서 ‘광복 70주년 블라디보스토크 선언문’을 발표하고 고려인 동포들의 강제 이주 역사를 망각한 것을 참회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옛 소련과 일본 등 타국에서 고통을 당했던 동족의 아픔을 망각하고 살았던 잘못을 뼈저리게 고백하며 참회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고통을 연단의 과정으로 사용해 영원한 해방을 바라보게 하시는 긍휼과 위로의 하나님을 힘써 알리겠다”며 “성서 연구와 교육 등을 통해 우리 안에 일치와 평화, 정의와 사랑이 세워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전 세계 한인 디아스포라를 품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들은 “50만 고려인을 비롯해 700만 재외 한인 디아스포라, 국내 외국인 디아스포라를 선교의 동역자로 인식하고 연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선언문 발표에는 민영진 전 대한성서공회 총무와 김정우 원장, 왕대일 감리교신학대 교수, 이풍인 개포동교회 목사 등 연구원 소속 신학자와 관계자 등 21명이 참여했다.
선언문 발표에 앞서 열린 포럼에선 4명의 신학자가 발제했다. ‘유라시아 유민 150년: 한반도 지평에서 본 추방과 해방’이란 주제로 발표한 민 전 총무는 “재외 한인 디아스포라들은 하나님의 복을 만방에 전달하도록 초청받은 대상”이라며 “전 세계에 흩어진 한인 디아스포라들이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는 주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려인은 선교의 대상이 아니라 파트너”라면서 “한국교회는 고려인 교회와 활발히 교류하며 현황 등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바빌론의 강변 버드나무에 수금을 걸고: 시편 137편’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김 원장은 “고려인들에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강요해선 안 된다”면서 “그들이 지역사회에서 조화를 이루며 잘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선교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영미 한신대 교수는 ‘전쟁과 성폭력 피해여성들의 추방 경험과 해방을 위한 기억들’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배경엔 한국교회여성연합회의 일본인 매춘관광 반대운동이 있었다”면서 “한국교회는 일본군위안부 등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신학적으로 성찰하고 성폭력 피해자들을 진정한 해방의 길로 인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디아스포라 여성의 지혜’에 대해 발표한 박혜경 대만 장영대(長榮大) 교수는 “1976년 옛 소련 문화부에 의해 우수작가로 선정됐고 ‘동양의 피카소’라 불린 고려인 화가 신순남(1928∼2006) 뒤에는 그의 할머니 석윤희씨의 희생과 신앙적 삶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신순남은 그의 시 ‘북쪽 등대의 성모 마리아’에서 고려인의 애환, 할머니의 고결한 사랑과 지혜를 묘사했다”면서 “잠언 31장에 나온 현숙한 여인처럼 고려인 여성들은 지혜로 메마른 광야를 옥토로 일궈냈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보스토크=글·사진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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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들 아픔 망각한 것 참회합니다”… 한국신학정보연구원 ‘광복 70주년 블라디보스토크 선언문’
입력 2015-08-19 00:16